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라게브리오’가 조만간 국내에 도입될 전망이다.
라게브리오가 본격적으로 처방되기 시작하면, 그동안 먹는 치료제 처방 대상에서 제외된 코로나19 환자들에게도 투약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1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이번주 중으로 라게브리오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은 식약처 검토 결과에 따라 이달말까지 라게브리오 10만명분을 도입해 국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활용할 예정이다.
라게브리오는 미국 머크(MSD)가 개발한 알약 제형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다. 현재 국내에서 긴급사용이 승인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가 유일하다. 정부의 팍스로비드 선구매량은 약 76만2000명분이고, 이 가운데 국내 도착한 물량은 16만3000명분이다. 현재까지 8만7000명분이 사용됐다.
라게브리오는 팍스로비드보다 처방할 수 있는 환자의 범위가 넓다. 팍스로비드는 병용 금기 약물이 많고, 기전이 복잡해 처방 가능한 대상이 한정적이었다. 식약처가 명시한 팍스로비드 병용 금기 약물은 28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진통제 ‘페티딘’, 항협심증제 ‘라놀라진’, 항부정맥제 ‘아미오다론’, 항통풍제 ‘콜키신’ 등을 비롯한 23개가 국내에서 유통 중인 약물이다.
반면 라게브리오는 병용 금기 약물이 많지 않다. 영국, 미국, 덴마크, 일본, 인도 등 라게브리오를 긴급사용 승인한 해외에서는 백혈병 치료제 일부만을 병용 금기 약물로 지정하고 있다. 즉, 라게브리오가 국내 도입되면 기저질환을 가진 코로나19 환자들에게 투약할 수 있는 먹는 치료제 옵션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동안 팍스로비드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가 복용해 왔던 기저질환 치료제가 병용 금기 약물이라면 이를 잠시 끊고 복용해야 했다. 이런 탓에 고혈압, 협심증 등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하는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팍스로비드 복용을 선뜻 선택하기 어려웠다. 이에 반해 라게브리오는 협심증이나 부정맥 등 기존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되면, 기저질환을 관리하기 위한 약을 계속 복용하면서 처방 받을 수 있다.
다만, 라게브리오가 팍스로비드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 두 치료제의 효과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팍스로비드의 코로나19 환자 입원·사망 예방 효과는 88%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가 평가한 라게브리오의 사망 예방 효과는 30% 수준이다. 이 외에 세계보건기구(WHO) 치료 가이드라인은 라게브리오가 입원을 46% 감소시킨다고 평가했으며, 인도에서 최근 시행한 임상 3상시험에서는 라게브리오가 입원을 65% 줄였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정부는 팍스로비드를 중점적으로 처방하되, 라게브리오를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 청장은 “지난 3월 11일 국가감염병임상위원회에서는 병원 금기 약물, 그리고 신장이나 간 장애 등으로 팍스로비드를 처방할 수 없는 환자들 대상으로 MSD사의 ‘라게브리오’ 도입의 필요성을 논의했다”며 “또한, 최근 세계보건기구는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라게브리오의 사용을 제한적으로 권고한 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 두 가지 약이 다 쓰이게 될 경우, 약의 수급 상황, 투여받아야 하는 환자의 기저질환, (기존에) 투여 중인 약물 등을 고려해 의사가 (어떤 약을 처방할지)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