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대확산 시기에 ‘방역완화’ 섣부르다”

의료계 “대확산 시기에 ‘방역완화’ 섣부르다”

기사승인 2022-03-23 07:00:01
부산 동구 부산역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오미크론 확산세가 정점을 지나친 이후 일상 회복에 대한 정부와 의료계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고령층과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 관리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방역을 점차 완화해 사회·경제적 피해를 복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섣부른 일상 회복이 오히려 피해를 키울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보건당국은 코로나19를 1급 감염병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현행 법정감염병분류체계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1~4급으로 법정감염병을 지정·분류하는데, 1급 감염병은 생물테러감염병에 해당하거나, 치명률이 높거나, 집단 발생의 우려가 커서 발생 또는 유행 즉시 신고해야 한다. 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보건당국에 신고해야 하며, 전수감시와 음압격리가 필요한 병으로 규정되고 있다.

감염병 등급 조정은 코로나19 위험도가 낮아져 일상적인 의료체계 내에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논의되기 시작했다. 오미크론 확산의 정점을 지나면, 확진자가 감소하고 치명률이 낮아져 코로나19를 계절독감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방역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현재도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인구에서는 오미크론이 계절독감과 유사한 치명률을 보이고 있다.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아직까지 코로나19 확산세는 감당하기 쉽지 않다. 일일 신규 확진자는 지난 17일 62만1281명으로 최고 수치를 나타낸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매일 30만명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일일 사망자는 17일 429명 발생한 이후 계속해서 300명대에 머물렀다. 재원중인 위중증 환자도 1100명대 내외로 유지되고 있다. 의료진의 비대면 진료와 모니터링 등으로 관리를 받는 재택치료자 역시 22일 기준 182만1962명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로 인해 의료체계에 가해지는 하중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정점을 안정적으로 지나칠 수 있도록 의료기관 업무 지속성을 제고하기에 나섰다. 코로나19에 확진된 의료진에 대한 격리 규정을 대폭 완화했다. 최근 개정된 방역당국의 의료기관 대상 업무연속성계획(BCP)은 의료진이 다수 확진되는 등의 위기상황에서는 무증상·접종완료자에 한해 최소 3일에서 5일까지 격리하면 이후에는 별도의 검사 없이 정상 근무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 전까지는 의료진 역시 코로나19에 확진되면 증상 및 예방접종력과 관계없이 7일간 격리해야 했다.

일선 의료현장에서도 확진 의료진의 격리기간을 단축하는 조치가 잇따라 실시되는 추세다. 이미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의 주요 상급종합병원에서는 개정된 BCP를 반영해 확진 의료진의 격리기간을 기존 7일에서 5일로 단축한 근무지침을 시행 중이다. 확진 후 출근한 의료진은 근무 외 개인적인 외부활동은 제한되며, KF-94규격의 보건용 마스크를 항시 착용하고 별도의 휴식공간을 사용하는 등의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따라야 한다.

병원뿐 아니라 약국가에서도 유사한 조치가 실시될 예정이다. 약국은 재택치료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조제해 전달하는 등 오미크론 대응체계의 주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방역당국은 약국을 대상으로 BCP을 마련해 대한약사회 등에 안내했다. 약사 등 약국 근무자는 코로나19로 확진되더라도 무증상 또는 경증이라면 검사일 기준으로 3일만 격리한 뒤 근무를 재개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병원 대상 BCP와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외부활동은 제한되며, 보건용 마스크를 항시 착용해야 한다.

일선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방역 완화를 시도하면서도 의료계를 옥죄는 모순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은 “연일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또다시 방역 완화 조치를 시행했다”며 “의료체계는 붕괴상태로 치닫고 있지만, 코로나19 환자 적정 치료 대책과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인력 보호대책은 없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는 확진된 의료진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근무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한 의료기관 업무연속성 계획 지침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며 “모든 코로나19 대응 의료인력에게 차별 없이 지급될 수 있도록 감염관리수당 지급 기준을 의료현장 현실에 맞게 보완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의료진 집단감염과 과부하,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 의료기관 노사와 정부가 참가하는 긴급 협의체를 가동해야 한다”며 “의료현장 방문과 인력 운영 실태조사, 의료현장 간담회 등을 바탕으로 의료현장의 실정에 맞는 특단의 의료인력 관리·보호대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역시 “코로나19 전담 의료기관에서도 직원들이 잇따라 감염돼 업무연속성계획 수행으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며 “정부는 감염 폭증에 따른 위와 같은 의료기관 붕괴의 현실을 직시하고 코로나19 감염의 정점에 도달하기 전까지 또한 의료기관의 역량을 고려해 방역완화 중지를 거듭 촉구한다”고 날을 세웠다. 

의협은 며 “(정부의 코로나19 사망자 집계에는) 짧은 격리기간 해제 후 사망한 사람들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오미크론 감염 후 기저질환의 악화로 인한 사망도 증가하고 있어, 현재 집계되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는 오히려 과소평가된 것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같은 상황에서 성급한 방역완화를 시도하는 것은 국민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발상이다”라고 지적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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