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청와대 이전 계획’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이사 준비에 골몰하느라 민생은 뒷전이라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신현영 민주당 비대위 대변인은 2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당선인이) 정말 ‘취임덕’에 빠진다면 그것은 바로 국민의 우려를 무시하고 졸속과 불통으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밀어붙이는 당선자와 국민의힘이 자초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무리하게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강행할 경우 ‘취임덕’이 올 수 있다는 비판이다. 임기 말 힘이 빠지는 ‘레임덕’에 빗대 처음부터 무력해지는 ‘취임덕’이라는 단어를 꺼낸 것이다. 21일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항간에는 레임덕이 아니라 취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비꼰 바 있다.
청와대까지 나서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계획에 제동을 건 터라 목소리엔 더욱 힘이 실렸다. 박수현 청와대 소통수석은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새 정부 출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일 안에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은 “발목잡기 구태정치”(김기현 원내대표)라고 반발하며 ‘신‧구 권력 다툼’으로 사안 축소를 시도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불통 프레임’을 씌우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민생 소홀’과 ‘안보 공백’에 방점을 찍고 맹공을 가했다.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집무실 이사가 민생보다 더 중요한가. 선거 때는 당장이라도 50조원 손실보상, 1000만원 방역지원금을 지급할 것처럼 공약하더니 당선 이후엔 온통 이사 이야기뿐”이라고 질타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 역시 “후보 시절 손바닥에 쓴 ‘왕(王)’ 자처럼 행동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취임 후에 용산 이전을 추진하더라도 불통 행정, 안보 불안, 서울 시민의 재산권 침해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은 해결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22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너무 빨리 옮겨가는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이렇게 토론 없이 소통이 안 되게 거대한 작업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김병기 의원), “국민의 세금은 어느 누가 대장이 돼 내 맘대로 쓰는 돈이 아니며 이건 쌈짓돈 쓰는 예가 된 것”(김민기 의원) 등 맹비난을 쏟아냈다.
윤 당선인의 ‘무속 논란’이 거론되기도 했다. 설훈 의원은 “청와대를 옮기는 게 어린애 장난도 아니고 갔다가 돌아올 것도 아니지 않나, 갑작스럽게 광화문에 간다고 했다가 용산으로 바로 간다는 게 비상식”이라면서 “이렇게 옮기게 되면 ‘뭐가 씌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국민들이 생각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민주당이 ‘윤석열 때리기’를 통해 새정부에 대한 우려를 자극할수록 판세가 유리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22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당선인이 정치 경험이 없어도 지지를 받은 것은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여론 수렴도 없이 청와대 이전을 강행하는 건 지지층도 돌아설 수 있는 행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민주당에서 언급하는 ‘취임덕’이 정치적 레토릭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현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을 때 민주당은 공세에 집중해야 한다. 지선 판세가 민주당에 유리하게 기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