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된 ‘희귀암 환자를 위한 최신 치료제의 조기 접근성 개선 정책 토론회’에서 효과적인 신약을 사용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이날 주제발표를 진행한 엄기성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혈액내과 교수는 만성림프구성 백혈병 진단과 치료 현황을 설명하며 국내 치료 환경이 녹록지 않음을 시사했다.
만성림프구성 백혈병은 혈액세포인 백혈구 가운데 B림프구가 암세포로 전환되는 질병이다. 주로 60~65세 이상 고령층에서 발병하며,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지 않으면 임상 경과가 수년에서 수십년까지 이어진다.
현재 국내에서 만성림프구성 백혈병에 사용되는 치료제는 적지 않다. 선호되는 요법으로는 이브루티닙, 아칼라브루티닙, 베네토클락스·리툭시맙 병용, 듀벨리십, 이델랄리십·리툭시맙 병용, 베네토클락스 등이다. 이외에도 알렘투주맙·리툭시맙 병용, 이델랄리십, 레날리도마이드·리툭시맙 병용, 오파투무맙 등이 쓰인다.
문제는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제를 쓰기 어렵다는 점이다. 만성림프구성 백혈병은 환자들 대부분이 고령이기 때문에 효과성은 물론, 환자가 견딜 수 있으며 부작용도 적은 치료제를 조기에 투약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치료제로 꼽히는 이브루티닙의 경우, 1차 치료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브루티닙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는 1차 재발 시부터 적용된다. 즉, 환자가 최초 치료에 실패해야만 국가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는 실정이다.
이에 치료제 비용을 부담할 수 없어 차선의 치료제를 선택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엄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일부 치료제의 경우 고령의 환자들에게서 폐렴 등의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환자의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의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해당 치료제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실제로 최선의 치료제를 사용하지 못해 환자 10명 중 1명은 잃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환자와 환자 가족들은 물론, 그들과 함께하는 의료진도 상당히 고통스러운 환경”이라며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약이 있는데, 어쩔 수 없이 예후가 좋지 않은 약을 쓰면서 교과서적 치료를 하기 어려운 실태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