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감독이 보여준 가능성

벤투 감독이 보여준 가능성

기사승인 2022-03-31 16:05:33
UAE전이 끝난 뒤 응원하는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보내는 선수단.   대한축구협회(KFA)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틀리지 않았다. 자신의 철학을 밀어붙여 결과를 만들어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9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UAE와 10차전 원정경기에서 0대 1로 패배했다.

비록 최종전에서 패배했지만 벤투호는 최종예선을 7승 2무 1패로 마무리하면서 이란에 이어 조 2위로 카타르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자신에게 쏟아지던 비판을 환호로 바꾼 벤투 감독이다. 

2018년 8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에 ‘빌드업 축구’를 이식하려 부단히 노력했다. 한국 축구는 기존의 역습 축구에서 높은 점유율을 토대로 후방부터 짧은 패스로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로 달라졌다.

부임 초기에는 호성적을 거뒀다. 유럽과 남미 등 강호들과 가진 친선 경기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빌드업 축구의 가능성을 보였다. 같은해 12월에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하면서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하지만 월드컵 2차 예선부터 좋지 않은 모습이 이어지면서 벤투 감독을 향한 비판 여론이 조금씩 일더니, 지난해 3월 열린 일본과 친선경기에서 0대 3으로 완패하자 상황이 심각해졌다. 일각에서는 벤투 감독이 감독직을 내려 놓아야 한다고 집중포화했다. 당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하며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을 정도였다.

이후 월드컵 2차 예선을 1위로 통과했지만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팀들을 상대로 시원한 승리를 하지 못한 점도 아쉬움을 남겼다. 최종예선 초반에도 중동팀들을 상대로 고전하면서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점유율에만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지적이 비판의 중심을 이뤘다. 의미 없이 공 소유 시간만 높을 뿐, 실속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빌드업 축구를 포기하고 전임 감독들처럼 빠른 역습 축구를 다시 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변화 없이 지나치게 같은 라인업만 가동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벤투 감독은 대부분의 경기에서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하면서 신임하는 선수만 가용했다. 위기 대처가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플랜 B’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지난 1월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벤투호.   대한축구협회(KFA)

하지만 벤투 감독은 비판이 쏟아질 때 마다 “우리는 나아지는 과정”이라면서 본인의 철학과 소신을 밀어붙였고, 결국 최종예선을 통해 자신을 증명했다.

UAE전을 5차전을 시작으로 이란과 9차전까지 한국은 최종예선 5연승을 달리면서 확실히 월드컵 10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벤투 감독의 철학이 대표팀에 확실히 녹아든 모습이었다. 어떤 상대던, 누가 출전하든 짜임새 있는 축구를 펼쳤다. 기존의 자원들도 벤투 감독 철학 하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11년 만에 이란을 꺾는 기분 좋은 성과도 냈다.

벤투 감독은 이란전 승리로 역대 대표팀 사령탑 단일 재임기간 최다승(28승) 감독의 주인공이 됐다. 아울러 한국 축구 역대 최장기간 부임 감독에 이름을 올렸다. 중도 교체 없이 4년 임기를 채우고 월드컵 진출을 이끌어낸 감독은 벤투 감독이 유일하다. 그는 지난 4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차근차근 대표팀을 완성 단계로 끌어올렸다.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은 “처음부터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는 없다. 실패와 시련을 통해 단단해지고 강해질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그래도 아직은 완성체가 아니다. 월드컵까지 더 완벽해지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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