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2016)'과 사회안전망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부산행(2016)'과 사회안전망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2-04-06 13:57:18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2021년 11월 19일 경찰이 관리해온 ‘데이트 폭력 신변 보호 대상자’인 여성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피해 여성은 경찰이 지급해 준 ‘스마트워치’(위치추적 겸 비상호출장치)를 지니고 있었으며, 범인이 찾아오자 두 차례 스마트워치를 눌렀지만, 살인을 막을 수 없었다. 문제는 1년간 스토킹에 시달려온 피해여성은 6차례나 신고를 했지만, 이런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1950년 6월 25일 전쟁발발 이틀 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이 날 새벽 대전으로 달아났다. 그는 대전에서 “서울 시민 여러분, 안심하고 서울을 지키시오. 적은 패주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여러분과 함께 머물 것입니다”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그리고 6월 28일 북한군의 남진을 막기 위해 한강 인도교를 폭파했다. 2014년 4월 16일에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승객 304명(전체 탑승자 476명)이 사망 실종되었다. 이 글을 쓰는 오늘까지도 그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다.

안전행정부 장관은 좀비 출현을 ‘폭동’이라면서, “국민 여러분은 안전하니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라”는 성명을 발표한다. 바로 영화 <부산행> 속의 내용이다. 72년 전의 서울 사수 방송과 닮아 있지 않은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긴급재난경보령이 선포된 후,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안전한 도시 부산까지 가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이게 된다.

증권회사 간부 석우(공유)는 무책임한 사람이었지만 딸 수안(김수안)을 지키기 위해 책임의식을 지니게 된다. 버스회사 상무 영석(김의성)은 남은 안중에 없는 비열하고 철저하게 이기적인 인물이다. 상화(마동석)는 사회에서 인정받기는커녕 폭력적인 성품이었으나, 아내 성경(정유미)뿐만 아니라,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수안까지 구한다.


마침내 기차는 부산 근처 터널 앞에 도착하게 되고 살아남은 성경과 수안은 걸어서 터널 넘어 반대편으로 이동한다. 그곳에 매복하여 좀비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총을 겨누고 있는 군인들에게는 그들이 좀비인지 생존자인지 분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무전을 통해 어두워서 확인할 수 없다고 말하자 사살하라고 한다. 군인들이 총의 방아쇠를 당기려 할 때쯤 수안이 아빠에게 보여주려고 연습했지만 끝내 불러주지 못했던 노래를 부르자, 생존자를 보호하라는 무전이 오게 되고 영화는 끝이 난다.

‘데이트 폭력 신변 보호 대상자’의 죽음과 6․25사변 및 세월호 사건은 ‘사회안전망’의 미비와 부재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이 영화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한 것은 상화 같은 소시민이었으며, 정부의 역할은 찾아보려 해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사회안전망(社會安全網, social safety net)이란 실업․질병․재난․노령․빈곤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공적 안전망과 사적 안전망으로 구분된다.

첫째, 공적 안전망은 정부 재정에 의존하여 제공되는데,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① 4대 사회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② 공공부조 및 사회복지서비스. 공공부조는 정상적인 생활에서 낙오되어 생활 능력을 상실한 사람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고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이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기초연금제도가 있다. 사회보험은 혜택을 받는 개인이 고용주 또는 국가와 함께 보험료를 분담하며 소득이 높을수록 개인의 부담이 높아지는 반면, 공공부조는 국가가 비용 전부를 부담한다는 차이가 있다. 사회복지서비스는 국가적인 보호가 필요한 취약 계층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이에는 노인, 아동, 장애인, 한부모가족, 부랑인, 정신질환자 등 특정한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제도가 있다. ③ 위기상황에 대한 긴급지원 및 구호제도. 이에는 금전 또는 현물의 직접 지원, 민간기관 및 단체와의 연계활동 등이 있다.

둘째, 사적 안전망은 정부의 각종 지원 하에 민간부문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보험을 비롯한 민영 금융서비스가 대표적인 예이다.

“국가란 공동의 권리와 이익을 누리기 위해서 결합된 자유로운 인간들로 이루어진 (완전한) 단체이다.”(그로티우스) 따라서 국가는 외부로부터의 침략이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은 물론, 국민들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사회안전망’의 부재라는 상황이라면 국가의 존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나 ‘상화’같은 사람이 있기에… 우리는 그를 영웅이라 부른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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