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 수 있을까?”…서민들은 울고 싶다 [가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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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물가 상승률 4.1%…10년3개월 만에 4% 초과
시장 소상공인·마트 소비자들, 생활고민 깊어져

기사승인 2022-04-09 06:30:01
망원시장에서 수년째 닭강정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33)씨는 최근 닭은 물론 식용유, 밀가루, 알루미늄 쿠킹 호일, 종이박스, 꼬치, 고무줄까지 모든 제품들의 가격이 올랐다고 하소연 했다.  안세진 기자

“앞으로 장사로 계속 먹고 살 수 있을까요.”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수년째 닭강정을 팔고 있는 김모(33)씨는 8일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20년째 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님의 가업을 물려받아 지금은 가족이 같이 운영하고 있다. 매해 계속되는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버텨냈던 김씨 가족이지만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사태가 겹치면서 장사는 더욱 힘들어졌다. 전쟁 여파로 우크라이나나 러시아에서 주로 생산되던 원자재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관련 제품 가격이 잇따라 치솟고 있어서다.

김씨는 닭강정 판매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 가격이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닭은 물론 식용유, 밀가루, 심지어 닭강정을 담는 알루미늄 쿠킹 호일과 종이박스, 꼬치, 고무줄까지. 그렇다고 닭강정 가격을 올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김씨는 “식용유가 두 배 올랐다고 닭강정 가격도 두 배 올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분들이 시장 가격에 기대하는 바가 있지 않은가”라며 “20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힘들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 감사하게도 소비자분들이 물가상승에 대해 이해해주고는 계셔서 버티고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8일 오전 망원시장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야채값이 너무 올랐다"면서 "콩나물만 봐도 옛날에 1000원어치를 사면 식구가 없는 가족은 3일을 먹었는데 이제는 하루치 밖에 안된다"라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가 4% 넘게 오른 것은 2011년 12월(4.2%) 후 10년3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다 지난달 4%대로 올라섰다.

품목별로 보면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석유류 가격이 31.2% 크게 뛰었다. 지난해 11월(35.5%) 이후 4개월 만에 30% 넘게 올랐다.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비롯한 원재료 가격이 뛰면서 빵(9.0%) 등 가공식품 물가와 외식 물가(6.6%)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밀가루 20kg 가격은 수개월 사이 1만95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껑충 뛰었다. 사진=안세진 기자
사진=안세진 기자

시장에서 칼국숫 집을 운영하는 이모(53)씨 상황도 좋지 않다. 1만9500원 하던 밀가루 20kg 가격은 수개월 사이 2만5000원으로 껑충 올랐다. 문제는 최악의 상황이 아직 오지도 않았다는 것. 5월 중 20% 가량이 추가 인상된다는 얘기가 들려오면서 이씨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재 이씨가 운영하는 칼국숫집의 칼국수 가격은 4500원이다. 이마저도 올해 초 500원을 인상한 가격이다.

이씨는 “밀가루뿐만 아니라 모든 공산품들 가격이 다 올랐다. 김치도 12000원에서 16000원으로 올랐다”면서 “칼국수 한 그릇에 8000원 이상씩 받는 데는 그나마 큰 문제가 안되겠지만 우리같이 저가로 많이 팔아야 하는 경우엔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팔아도 팔아도 남질 않는다. 직원들 인건비까지 다 빼면 수익이 마이너스 될 때도 있다”며 “좋아지길 바라면서 버티고 있다”며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수년째 전통과자를 판매하고 계신 최모(55)씨는 “과자와 같은 경우 튀겨야 하니까 기름이 들어가야만 한다. 근데 기름뿐만 아니라 지금 곡물, 밀가루 가격이 죄다 뛰어버렸다. 3만원 하던 과자 한 박스가 지금 6000원이 올라서 3만6000원이 되어버렸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장사는 예전처럼 안된다. 그런데 집세는 또 오른다. 장사를 계속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많다. 그렇다고 어디 취직을 하려해도 이제 받아주는 데도 없지 않은가”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사진=안세진 기자
사진=안세진 기자

물가 폭등에 피해를 호소하는 건 상인들뿐만이 아니다. 마포구 합정동 홈플러스를 방문해본 결과 장을 보러 온 소비자들 여럿이 저마다의 카트에 상품들을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박모(66)씨는 “전체적으로 모든 물가가 20% 이상 오른 거 같다. 그나마 이런 마트에서는 1+1과 같은 행사를 해야 구매를 할지 말지 고민한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물가 상승을 고려해서 어느 정도 가격 통제가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혼 생활 중이라는 안모(31)씨는 “장을 볼 때 시장, 마트, 마켓컬리 등을 모두 이용한다. 예전에는 식용유나 밀가루 같은 제품들은 마트에서 구매했는데, 요새는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아서 가격 비교가 어렵다”고 말했다.

식용유 가격을 비교해보는 소비자. 사진=안세진 기자

10년차 판매직 생활을 하고 있는 김모(60)씨는 “이렇게까지 물가가 심하게 오른 적이 있었나 싶다. 현재 마트에 있는 모든 물품들이 죄다 오른 상태다”라며 “예전에는 손님들이 장을 보러 오면 카트에 가득 가득 담아갔다. 그런데 요새 보면 카트가 텅텅 비어있다. 고객분들게 제품 판매를 권하려 해도 예전 같지 않아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4%대 물가상승률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도 지난 2월 나온 한은 전망치(3.1%)를 웃돌 전망이다. 소상공인들은 물론 소비자들의 생활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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