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주택공급 대책의 핵심 사업인 도심복합개발이 위태롭다. 개인의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다수 지역에서 줄소송이 제기되는 등 지역 반발이 극심하다. 주택 공급방식을 ‘민간 주도’로 전환하겠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추진동력까지 흔들린다. 일각에서는 도심복합개발 사업이 시범 사업을 제외하고 정리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3월말부터 ‘3080+공공주도재개발(2․4 대책) 반대 전국연합’에 소속된 다수지역 주민들이 노형욱 국토부장관이나 지자체장을 직권 남용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3월말 신길 4구역, 부천소사역 북측, 가산디지털역을 시작으로 인천동암역, 성남금광2동까지 소송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공공개발 후보지 발표로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1년 넘게 제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심복합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도시주택공사(SH) 등 공공 주도로 도심 내 역세권,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 등을 높은 용적률로 개발해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개발 모델이다. 주택 공급을 위한 도심 내 토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현재까지 총 76곳(10만가구)이 사업 후보지로 지정됐다.
76곳 중 현재 후보지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41곳(반대 연합 집계)에서 나온다. 이들은 재산권 침해를 가장 큰 지정 철회 이유로 들고 있다. 도심복합개발 후보지는 투기 차단을 위해 지난해 6월 29일(권리산정일) 이후 부동산을 취득한 사람은 입주권을 주지 않고 시세보다 낮은 감정평가 금액으로 주택을 현금청산한다. 실거주 목적이라고 해도 6월 29일 이후 주택을 구입했다면 현금청산 대상에 포함된다.
특히 6월 29일 이후 후보지로 지정된 지역이 적지 않아 후보지 지정을 예상하지 못 하고 주택을 구입한 선의의 피해자들이 적극적인 반대 움직임을 보인다. 또한 현금청산 규정으로 거래가 묶이면서 이사와 임대 등에서 타격을 받은 주민들도 있다. 이에 노형욱 국토부장관은 선의의 피해자 구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수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보완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공공주도개발 반대 전국연합 관계자는 “법적 근거가 없는 후보지 발표로 길게는 1년 넘게 재산권 행사를 못하는 현실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후보지는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금청산 조항과 개발 가능성 때문에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등 재산권 행사가 전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반대 연합은 국토교통부가 현재 ‘후보지’를 지정하는 행위는 아무런 법률에 근거가 없는 행정행위로 보고 있다.
여기에 윤 당선인은 주택공급 방식을 문재인 정부의 ‘공공주도’에서 ‘민간주도’로 대전환할 예정이다. 공공주도인 도심복합개발의 성격이 새 정부의 정책 기조와 어긋나는 상황. 부동산 업계에서는 도심복합개발이 추진동력을 상실한 것으로 평가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도심복합개발은 윤 정부의 민간주도공급과 방향이 다르고 도심복합개발로 주택을 공급할 경우 공급 성과는 결국 문재인 정부의 성과로 남는 만큼 사업에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도 도심복합개발 사업의 후보지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해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곳이 없다. 윤석열 당선인의 민간주도 정비사업 방침에 따라 주민 동의율이 높은 지역만 사업을 진행해도 임기가 부족할 수 있다”며 “원활한 주택공급을 위해 민간주도 방식에 따라 주민의사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주택공급이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이미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사업은 계속 진행하되 새로 출발하는 단계의 사업은 주민의견을 반영해 재검토에 들어가야 한다”며 “주민 동의율이 낮은 지역은 추진동력 자체가 사라지는 만큼 윤 당선인의 민간주도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