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 연설은 이날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녹색 티셔츠를 입고 지친 표정으로 화면에 등장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먼저 한국 정부의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에 감사를 표한 뒤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살아남고 이기려면 비행기, 탱크 등 여러 군사 장비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가 러시아에 맞설 수 있도록 대한민국에서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우크라이나가 이런 무기를 받게 되면 일반 국민들의 목숨을 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살릴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6.25 전쟁을 딛고 일어난 한국 사례를 들며 국제 사회 도움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피에 젖은 시신을 안고 절규하는 시민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며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자 애썼다. 영상이 나오는 대목에서는 통역사가 울먹이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든 나라에겐 독립할 권리가 있다. 모든 도시는 평화로울 권리가 있고, 모든 사람은 전쟁으로 죽지 않을 권리가 있다”면서 “우크라이나를 살릴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연설에는 이광재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를 포함해 약 50여 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국회 차원이 아닌 외통위 차원의 연설인 탓에 장소도 국회 본회의장이 아닌 도서관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이마저도 도서관 대강당 곳곳에 빈 자리가 눈에 보였다.
온라인 상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 연설에 높은 참여율과 함께 기립박수를 보내는 등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다른 나라의 국회 모습과 비교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네티즌들은 SNS 등 트위터에서 “절박한 젤렌스키 대통령 앞에서 자리가 텅 빈 것도 모자라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국격을 국회의원들이 다 까먹고 있다”, “국회연설 고작 15분인데 저렇게 참석을 안할 수 있나”, “전국민이 보고 있는데 국회의원은 몇 명이 온거냐. 정치만 보면 한국은 아직 한참 후진국” 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일부 네티즌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캐나다, 일본, 독일 등에서 한 화상 연설 사진을 두고 비교하기도 했다. 지난달 23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일본 국회에서 가진 화상 연설에서는 참의원(상원) 및 중의원(하원) 의원 약 500명이 참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연설이 끝난 뒤에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비롯해 의원들이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앞서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대공유도무기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