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년의 기간 중 5년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라는 점에서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을 방해했다고 의심받는 박근혜 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참사특별위원회(사참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등 세월호 진상규명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명확한 진실과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은 미완의 상태입니다. 세월호 8주기를 맞는 이날도 문재인 대통령은 "진상규명과 피해지원, 제도개선을 위해 출범한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시길 당부한다"고 했지만, 대통령 임기 종료는 코앞 상황입니다. 내년 4월에도 맞이할 '세월호'. 그때는 진상규명이 이뤄져 304명의 영혼을 온전히 달랠 수나 있을지 의문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다르게 안전 문제만큼은 정부가 주도했다는 점입니다. 그 일환으로 국무총리 자문기구로 국민안전안심위원회를 출범시켜 국민생활 전반에 걸치 안전 불안요소를 제어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습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님.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꽃다운 청춘을 채 펴보지도 못하고 숨진 태안발전소 24살 비정규직 청년은 비정규직의 현실을 문 대통령과 만나 이야기하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청년의 외침은 그가 남긴 유일한 유서가 돼버렸습니다.
이후에도 평택항 부두에서 작업 중이던 23세 청년도 제대로 된 안전 장비를 지급받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됐다가 300kg 컨테이너에 깔려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렇게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만 지난해 828명이나 됩니다.
다음 달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환기 장치 등 안전조치를 의무를 다하지 않은 대표를 기소한 데 대해 과도한 규제라고 공개적으로 중대재해법 개정의 뜻을 내비쳤습니다. 이 법을 두고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하는 경영계 뜻과 같이합니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모든 노력에 과도한 규제란 있을 수 없습니다. 국민안전의 강력한 법이 있었다면 적어도 8년 전 오늘과 같은 비극적이고 참담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일하다 목숨을 잃는 일도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