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없는 집인 줄” 이은해 숨어있던 오피스텔 가보니

“사람 없는 집인 줄” 이은해 숨어있던 오피스텔 가보니

기사승인 2022-04-16 20:38:17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왼쪽)·조현수(30)씨가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사람이 정말 살았던 집일까. 입주를 끝낸 세대와 달리 현관문은 정돈되지 않았다. 입주청소 완료를 알리는 안내문과 비닐, 박스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현관문 도어락에는 ‘청소 예정 세대입니다. 문을 닫지 말아주세요’라는 메모도 그대로 붙어 있었다. 지난 4개월간 잠적해온 이은해(30)와 조현수(30)의 은신처로 추정된다. 

16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오피스텔을 찾았다.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와 조현수가 검거된 곳이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같은 날 이은해와 조현수를 이곳에서 체포했다. 이은해는 아버지에게 자수 의사를 밝힌 뒤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왔다. 저항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오피스텔은 지난해 12월 입주를 시작했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30~40%는 아직 공실이다. 이은해와 조현수 은신처로 추정되는 곳 주변 세대에서는 인기척을 느끼기 어려웠다. 바로 옆 호수도 미입주 세대로 보였다. 오피스텔 복도는 교차로와 같이 갈라져 있었다. 방향이 같지 않으면 서로 마주칠 일이 적은 구조다. 

이은해와 조현수가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오피스텔.   사진=민수미 기자 
주민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동에 거주해온 A씨는 “이은해가 정말로 여기 살았던 것이냐”면서 “소름 끼친다”고 말했다. 이어 “방음이 좋지 않아 사람이 있었다면 옆 세대에서는 충분히 알았을 것”이라면서 “이 동은 입주를 안 한 집이 많기에 숨어 사는 것이 가능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도 “정말 이은해와 조현수가 이곳에서 검거된 것이 맞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첫 입주에 세대수가 많았다. 이미 들어와 살고 있었다면 저렴하게 방을 얻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달대행업을 하는 한 남성은 “해당 오피스텔은 세대수가 많기도 하고 거의 입주하지 않아 어느 세대에 배달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배달노동자들도 검거 소식에 매우 놀랐다”고 이야기했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씨가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은해와 조현수는 지난 2019년 6월30일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범행한 것으로 의심 중이다. 이들은 같은해 2월과 5월에도 범행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윤씨에게 복어 피가 섞인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에 빠뜨려 살해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지난해 12월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했다. 행방이 묘연하자 검찰과 경찰은 지난달 30일부터 계곡 살인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민수미, 이소연 기자 mi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민수미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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