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이 찾아오니 정말 즐거웠어요. 우리끼리만 농구하면 재미 없잖아요.”
최준용은 22일 서울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고양 오리온과 2차전에서 35분09초 동안 뛰며 14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최준용의 활약 속에 SK는 오리온을 접전 끝에 91대 83으로 승리했다.
2연승을 질주한 SK는 1승만 더하면 챔피언결정전전에 나서게 된다. 역대 4강 PO에서 1, 2차전 승리팀의 챔프전 진출 확률은 100%(27회 중 27회)에 달한다.
최준용은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아쉽다. 힘들어서 덜 뛰고 싶었다. 1쿼터부터 4쿼터까지 경기 내내 재밌었다. 지고 있지만, 어차피 이길 것이라는 생각 덕분에 지고 있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정규리그 MVP인 최준용은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공격 옵션이 다소 줄었다. 공격 위치가 바뀌면서 공격 기회가 조금 줄었다. 1차전에서 7점을 기록했던 그는 2차전에서도 14점을 올렸다. 정규리그 평균 기록(16점)에 못미치는 기록이다.
그는 “나도 마음 먹으면 30점은 넣는다. 미드레인지 점퍼도 마음대로 쏠 수 있는데 다른 선수들을 살려놓아야 챔피언결정전에서 다같이 잘할 수 있다. 나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다음 경기에서도 동료들 컨디션이 안 좋으면 내가 하면 되니까 아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최준용은 결정적인 순간에는 에이스 다운 모습을 보였다. 4쿼터 막바지 2점차 근소하게 앞선 상황에서 3점슛을 꽂으면서 팀에 승리를 안겨줬다. 그도 공이 림을 통과하자 통쾌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최준용은 “내가 캐치 앤 슛을 오늘 플레이오프 와서 처음 던진 것 같다. 나는 항상 많이 주는데, 사람이라 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아무도 주지 않더라”라고 웃음을 짓고 “4쿼터가 되니깐 어떻게 공이 왔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시대 이후로 이런 함성은 처음이라 세레머니를 안 할 수가 없었다”며 기뻐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3천명이 넘는 관중이 찾았다. 관중들의 환호가 쏟아지자 최준용도 더욱 활기를 찾고 경기에 임했다.
그는 “사실 오늘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팬들이 많이 오시니까 재밌었다. 그런 분위기를 오랜만에 느껴봤다. 농구다운 농구를 하는 느낌이었다. 우리끼리 농구하면 재미없지 않나. 팬들이 많이 찾아주시니까 좋은 것 같다”고 팬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최준용은 이날 2쿼터 중반 유쾌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속공 상황에서 공을 잡은 곧바로 공을 사이드 라인 쪽으로 뿌렸는데, 강을준 감독에게 공이 갔다. 당시 빨간색 상의를 입고 있던 강 감독을 선수로 착각한 것.
최준용은 강 감독의 상의를 보며 헷갈렸다는 제스처를 취했고, 강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강 감독도 최준용에게 엄지를 들었다. 경기장은 곧장 웃음바다가 됐다.
그는 이에 대해 “잘 보이지 않으면 옷 색깔만 보고 공을 준다. 강을준 감독님께 속았다. 강 감독님이 ‘우리 그림 하나 만들었다’며 웃으시더라”고 웃었다.
현재 2승을 가져간 SK는 1승만 더하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다. 반대편에서는 현재 수원 KT가 안양 KGC에 1승을 거뒀다.
‘어느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왔으면 좋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두 팀 다 상관은 없다. 다만 KGC는 오마리 스펠맨이 못 뛴다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안 올라왔으면 좋겠다. 전력 100%인 팀이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잠실=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