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 사진 찍어 주민 단톡방 공유” 끊이지 않는 길고양이 갈등

“캣맘 사진 찍어 주민 단톡방 공유” 끊이지 않는 길고양이 갈등

캣맘 사진 공유하고 욕설…일부 주민 반발
동물보호단체 “캣맘, 길고양이 개체 수와 무관”

기사승인 2022-04-27 16:10:11

길고양이 개체 수 증가로 케어테이커(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 이른바 ‘캣맘’ ‘캣대디’와 주민들 간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배설물, 울음소리 등으로 인한 일상생활 속 피해를 호소하는 일부 주민들과 마찰을 빚는 것.

27일 제보자 A씨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의 한 아파트 입주민 단톡방에 캣맘으로 보이는 입주민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을 공유한 주민 B씨는 “XX 여자들이 (길고양이에) 밥을 준다”라며 “(사진 찍힌 주민이) 밥을 줬다길래 ‘주면 안 된다. 아파트에서 관리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하지 말라는 짓을 왜하는지. 새끼를 낳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위생적으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는 최근 길고양이 문제로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많았다고 한다. 계속되는 민원에 관리사무소에서는 길고양이에 먹이를 자제하고 입양을 부탁하는 안내문을 붙였다고. 다만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는 일부 길고양이들의 한쪽 귀 끝이 1cm가량 잘려있다고 A씨는 전했다. 길고양이 중성화(TNR)를 받았다는 표식이다.

B씨가 캣맘의 사진을 공유하자 주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일부 주민은 “개체 수가 늘고 입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많아지는데 이런 부분도 책임질 수 있으면서 밥을 주는 건지 (모르겠다)” “밥 주고 돌볼 마음이 있으면 입양을 추천한다” “아이들 놀이터에 고양이 배설물이 있거나 차량을 고양이가 긁거나 하면 밥 주시는 분들이 보상해줄거냐” 등 반응을 보이며 공감했다. 

B씨가 단톡방에 공유한 캣맘 사진. 제보자 A씨 

반면 일부 주민들은 B씨의 행동을 지적했다. 한 주민은 “아무리 그래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인데) 밥 챙겨준다고 XX여자 소리를 들어야 되는거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도 “고양이 혐오 집합소같다. (길고양이) 밥 준다고 사진까지 올리는 수준이라니. 나중에는 얼굴까지 올리겠다. 신상털기하고도 남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캣맘 논란이 격해지자 일부 주민들이 단톡방에서 퇴장했다고 한다. 

A씨는 “길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에 캣맘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동의없이 사진을 찍어 입주민 단톡방에 공유하고 조리돌림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허락 없이 타인의 사진을 단톡방에 공유하고 욕설을 하는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변호사 C씨는 “특정이 가능한 개인의 사진을 찍어 공유하고 공공연한 곳에서 모욕할 경우 모욕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케어테이커'을 둘러싼 주민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다. 케어테이커와 갈등을 빚던 이들 중 일부는 이들을 향해 폭언·폭행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권행동 카라’ 관계자는 “케어테이커가 TNR 활동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TNR은 개체 수 조절이 목표이고 길고양이들이 오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해당 아파트의 캣맘은 TNR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활동은 오히려 독려하고 지켜봐주면 좋은데 이해가 서로 안 되다보니 갈등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길고양이를 유인하고 개체 수를 관리하기 위해) 길고양이 급식소나 TNR이 필요한데 이를 모르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며 “이런 것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을 하고 있고 아파트의 경우 입주자 대표회의 등에 의견을 내 많은 분이 이해하고, 대화로 풀어갈 수 있도록 조언한다”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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