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우드(Silk Wood, 1983)’와 산업재해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실크우드(Silk Wood, 1983)’와 산업재해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2-04-27 16:39:17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플루토늄 가공처리 공장에서 일하는 캐런 실크우드(메릴 스트립). 그녀는 전남편이 키우고 있는 세 아이들을 만나러 가끔 고향 텍사스를 방문하는 것 외에는 공장과 집을 오가며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커맥기 공장에서는 가끔 방사능 노출 사고가 일어나고, 어느 날 실크우드도 자신이 방사능에 오염된 사실을 알고는 불안하기만 하다. 얼떨결에 공장 내 노조 대표에 자원한 그녀는, 회사에서 사원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요소들을 방치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기록을 조작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실크우드는 워싱턴에서 열리는 ‘원자력 위원회’에 참석해 노조본부의 간부들을 만나 공장의 문제를 폭로하지만, 그들은 좀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한다. 오클라호마로 돌아온 그녀는 위험을 감수하며 증거를 모으고, 그녀가 안전문제에 집착할수록 동료들은 일자리를 잃는 것을 우려해 그녀에게서 등을 돌린다. 그러나 남자친구 드류 스티븐스(커트 러셀)는 어려움을 당한 실크우드의 곁을 지키며 그녀를 지켜준다. 마침내 방사능 피해에 관한 증거서류를 확보한 실크우드가 ‘뉴욕타임스’ 기자를 만나러 떠난 1974년 11월 13일 밤,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자신이 겪은 방사능의 위험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던 실크우드의 의지는 결코 헛되지 않았다. 노조와 환경보호단체가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에 의혹을 제기하게 되었으며, 반핵운동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커맥기 공장은 1975년 폐업하였고, 1986년 연방대법원은 커맥기사가 실크우드 유족에게 1050만5000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녀가 죽은 지 12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후의 일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실은 그녀의 죽음이 아직까지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산업재해(industrial accident)’라는 용어에서 사고(accident)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떨어진다’는 의미를 가진 ‘cido’란 단어에 ‘ac’라는 접두어를 붙여 명사화한 것으로, ‘원하지 않는 사건, 비능률적인 사건, 심리적으로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스트레스의 한계를 넘어선 스트레인드 이벤트’를 모두 뜻한다.(강종권, '산업안전공학', 서울 : 동일출판사, 1996, pp.43~48.) 그리고 사전에서는 ‘예상 밖의 일, 뜻하지 않는 일, 예기치 않는 일로 인간의 의도에서 벗어난 뜻밖의 사상(事象)’(이희승, '국어대사전', 민중서관, 서울, 1973.)이라 한다. 따라서, 산업재해는 “산업현장에서 업무와 관련하여 작업수행과 공정과정에서 우연히 발생한 사고 또는 사고로 인한 상해”를 의미한다.

고용노동부 발표 2021년 산업재해 현황(2022. 3.17.)에 의하면, 재해율은 0.63%(전년 대비 0.06%p 증가)이었으며, 재해자수는 122,713명(전년 대비 14,334명 증가)이었다. 사망만인율(노동자 1만명 당 산업재해로 인한 사고사망자)은 1.07‱(전년 대비 0.02‱p 감소)이었다. 그리고 사망자수는 2,080명(전년 대비 18명(0.9%) 증가)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산업현장에서 아직도 하루에 5명 이상(5.7명)이 사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손실추정액은 2016년 21조4000억, 2017년 22조2천억, 2018년 25조2000억, 2019년 27조6000억, 2020년 30조원으로 점점증가하고 있다.

2018년 12월 11일 충남 태안화력에서 운송 설비 점검 작업을 하다가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끼이는 사고로 숨진 김용균 씨는 서부발전 하청업체에 갓 취업한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이를 계기로 2018년 12월 27일 산업안전보건법(일명 김용균법)이 전면 개정되었다. 이후, 중대재해처벌법(2021. 1.26. 공포, 2022. 1.27. 시행)이 마련되었다.

산업재해는 재해자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기업 나아가 국민경제 전체에 유형․무형의 피해를 끼치는 중대한 재난이다. 따라서 재해는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하지만 이를 피할 길은 없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에서처럼 사고가 발생할 것을 정확히 예측하여 대처할 수 있다면 모를까? 따라서 우리 모두 위험의 사각지대에 살고 있음을 인식하고, ‘치료보다는 예방을 우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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