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포워드’ 최준용에게 한계는 없었다. 이번엔 센터였다.
서울 SK는 2일 서울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안양 KGC와 1차전을 90대 79로 승리했다. 단기전에서 중요한 1차전을 잡으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역대 챔피언결정전에서 1차전 승리팀이 우승한 확률은 70.8%(24회 중 17회)다.
최준용을 수비 때 센터로 활용한 전희철 SK 감독의 승부수가 통했다.
최준용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45경기를 뛰며 평균 16.0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평균 득점(8.1점)에 비해 2배 가까이 오른 수치다. 경기당 평균 필드골 시도 횟수도 12.7회로 많은 공격 역할을 부여 받았다. 정규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친 최준용은 시즌 MVP에 올라섰다.
플레이오프에 들어온 이후 최준용은 정규시즌과 달리 공격성을 줄였다. 고양 오리온과 4강 플레이오프에서 평균 득점은 10.7점으로 6점 가까이 줄었다. 평균 필드골 시도 횟수도 8.7회로 본인이 직접 공격을 시도하는 횟수를 줄였다. 대신 팀의 공격을 직접 전개하고 수비하는 데 더 힘을 썼다.
전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최준용을 더욱 파격적으로 사용했다. 미스매치에서 우위를 잡기 위해 포워드인 안영준에게 가드 수비를 맡기고, 최준용을 빅맨 전담 수비수로 활용했다.
만능형 포워드인 최준용은 어시스트 능력도 뛰어나 이전 시즌에는 포인트가드로 경기를 뛴 적이 있다. 하지만 센터 포지션을 경기 내내 소화한 경우는 드물었다. 200㎝이지만 상대적으로 마른 체구인 최준용이 몸집이 큰 빅맨 선수들을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전 감독의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최준용은 이날 4개의 블록을 기록했다. 상대와 몸싸움에서 크게 밀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한 달 만에 복귀전을 치른 KGC의 외국인 선수 오마리 스펠맨을 공중에서 2번이나 저지했다. 스펠맨이 힘으로 밀어 붙여 들어와도 밀리지 않고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상대의 공격을 막아냈다. 3쿼터에도 오세근의 골밑슛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수비 범위도 넓었다. 평소 포워드 포지션을 수행하는 최준용은 상대가 바깥으로 빠져도 따라나와 붙었다. 상황에 따라선 동료들과 맨 마크를 바꿔 수비를 이어나갔다.
리바운드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은 최준용이다. 긴 팔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리바운드 경합에 참여해 7개를 잡아냈다. 팀에서는 자밀 워니(10개)에 이어 2번째로 많은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승부처에는 득점 본능도 발휘했다. 3쿼터까지 5점에 그친 최준용은 4쿼터에 9점을 몰아쳤다. 특히 4쿼터 종료 2분여를 남기고 7점을 넣었다. 특히 속공 상황에서 호쾌한 덩크슛을 꽂으며 승부처 때마다 호쾌한 덩크슛을 꽂으며 분위기 전환에도 성공했다.
경기 후 최준용은 “공격과 수비에서 안 보이는 곳에서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려고 했다. 수비에 집중을 많이 한 것 같다. 중간 역할을 잘해줘야 하는데 그런 것이 조금 안 됐다. 다음 경기에는 더 꽁꽁 묶어보도록 하겠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상대와 매치업은) 미스매치가 아니다. 내가 다 막았다.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내 인생에 미스매치는 없다”라면서 “딱히 신경을 쓰는 부분은 없다. 그냥 막는다.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이다. 못 막아도 수비가 다 막을 수는 없다. 하다가 안 되면 포기하는 것이고, 되면 막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잠실=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