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시 윤화섭 현 시장이 3일 6.1지방선거 무소속 출마를 선언, 국민의힘 안산시장 예비후보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강세지역으로 국민의힘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가운데, 컷오프(공천배제)에 불만을 가진 윤 시장의 무소속 출마는 국민의힘 후보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소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당선인을 13%p 이상 앞섰고, 4명의 국회의원과 8명의 도의원 모두 민주당 인사들로 채워진 안산시는 경기 서부지역 민주당 텃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윤 시장의 무소속 출마라는 돌출 행동은 안산시장 선거 판세를 점치는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재심위원회는 컷오프 명단에 오른 윤 시장이 요청한 재심의를 전격 기각했다. 이 결정에 윤 시장은 발끈했다. 윤 시장은 지난 2일 "4년마다 단절돼온 안산시정의 불행한 역사를 끊어내겠다는 시민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당당한 첫걸음을 내딛는다"면서 무소속 출마를 알리는 문자를 발송했다.
윤 시장의 무소속 출마로 민주당 표, 특히 호남 표의 분산은 불가피하고, 결국 국민의힘 시장 후보가 유리할 것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윤 시장 출마는 3일 민주당 안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제종길 전 시장에게는 발등의 불이 됐다. 제 전 시장은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하기 전에 윤 시장을 맞아 단일화라는 예상 밖 경주에 힘을 소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항간에서는 윤 후보의 무소속 출마가 후원금 때문이란 말들도 떠돈다. 현직 시장으로서 재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많은 후원금이 들어왔고, 출마를 안 하면 이 후원금을 전액 돌려줘야 하기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소속 출마를 하게 된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정이면 윤 후보와 제 후보의 단일화는 의외로 쉽게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시민들만 들러리가 된 셈이겠지만 민주당은 한 번 더 안산시의 강자로 떠오를 수 있다. 반면 윤 후보는 이런 항간의 소문에 대해 '말도 안된다'며 일축했다.
윤 시장은 현재 사면초가다. 이대로 물러나면 더 이상의 정치인생은 없어 보인다. 시장을 지낸 윤 후보가 재선 시장 아니면 국회의원이 돼야 정치인의 삶이 이어진다. 윤 후보가 다시 시의원, 도의원으로 갈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이고, 나이가 많은 것도 걸림돌이다.
윤 시장은 이날 무소속 후보로 끝까지 완주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윤 시장은 "오직 시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라는 애매모호한 말만 되풀이했다. 윤 시장은 아직 탈당도 하지 않은 상태다. 사회자는 "오늘 안으로 탈당 절차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는 명확한 용어는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출마 선언문 어디에도 '탈당'이나 '무소속'이란 단어는 보이지 않았다. "공정과 정의, 상식이 무너졌다", "공작과 음해 정치를 일삼는 모리배" 등의 추상적인 단어가 나열됐고, 왜 당을 떠나 출마를 결심하게 됐는지 명쾌한 전달은 없었다.
윤 시장의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안산시민 K씨는 "윤 시장의 이번 무소속 출마가 정치적 계산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기를, 그리고 끝까지 시장 경선에 완주해 후원금 때문이란 항간의 우려가 기우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산=박진영 기자 bigm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