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도 고쳐 쓰지 말라는 속담이 있는데 참 그 내용을 가슴깊이 느끼게 됩니다. 저에 대한 의혹들은 전부 근거가 없다고 떳떳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여러 논란에 대해 부인하며, 자진사퇴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국민 마음이 불편… 도덕적 문제는 없어” 자진사퇴론 일축
김인철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아빠 찬스’ 논란 등으로 자진사퇴한 가운데 이날 청문회에서도 정 후보자 자진사퇴 요구가 거셌다. 정 후보자는 여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자진사퇴 압박에 “참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도덕적·윤리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김 전 후보자가 (정호영) 후보자보다 (논란이) 덜 한 것 같은데 자진사퇴했다”며 “그런데 후보자는 버티고 있다. 언제쯤 자진사퇴할 계획이냐”라고 쏘아붙였다. 정 후보자는 “저에게 씌워진 여러 의혹을 제가 밝히기 위해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 의혹들은 세세히 밝혔다”며 자진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하다”고 지적하자, 국민의 눈높이가 잘못 설정됐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정 후보자는 “눈높이가 도덕적 잣대라면 제가 도덕적으로는 문제될 것 없다는 이야기를 드린다. 국민들 마음이 불편하신 부분과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또한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채 국민의 눈높이가 맞춰졌다. 그 사실관계를 바로잡고자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고 했다.
“아빠찬스 절대 쓸 수 없는 구조” 단언
이날 청문회에서 가장 논란이 된 건 ‘아빠 찬스’ 의혹이다. 정 후보자는 자녀 편입학 특혜가 불가능한 구조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 후보자는 “아빠찬스를 절대로 쓸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을 아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빠찬스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반대를 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경북대 의대 교수 가운데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자녀의 편입학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자는 “자녀 편입학에 대해 다른 교수들에게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고 할 수도 없었다. 애들이 떨어질 때를 대비해 부끄러운 것도 있어 이야기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도 자녀가 경북대 의대 편입에 지원한 이유에 대해선 “자녀 본인들의 선택이었고, 그 전에 다른 대학에 지원한 사실도 있다. 성인이 된 아이들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제가 부모로서 뭐라고 하긴 곤란했다”고 해명했다.
“군대 갈 때만 아프냐” 지적에… “등산‧골프 환자도”
정 후보자는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에 관해서도 강력하게 부인했다.
허종식 민주당 의원은 “전문가 소견에 의하면 아들은 다리를 30도 들어도 아프다. 이 정도면 앉아도 서도 걸어도 누워도 아픈 상태”라며 “건강보험에서 20대 남성이 같은 병으로 대략 105만원을 썼다. 후보자 아들은 5년 동안 허리가 이렇게 아픈데도 감기 치료비까지 합쳐 15만원을 썼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어 “아프신 아들이 22개월 동안 병원을 안 찾고 신체검사 때 아팠다. 신체검사가 끝나고는 안 아팠다. 8박9일 동유럽에 여행가고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다”며 “군대 갈 때만 아프고 평상시에는 멀쩡하다는 말이다. 이런 것을 나이롱 환자(거짓 환자)로 부른다”고 비꼬았다.
정 후보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추간판탈출증은 4~6주내 통증이 없어진 후 재발한다. 추간판탈출증 환자들도 평소에는 등산도 하고 골프도 친다”며 “아들은 2013년도에 아팠다. 아팠던 차트는 2013년도 것이고 2015년 신체검사 때 아팠던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호영 “윤석열 공정‧상식 가치에 부합하는 인선” 자평
정 후보자의 논란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자질론으로까지 옮겨붙었다. 윤 당선인이 정 후보자와의 친분으로 졸속 검증을 했다고 질타했다. 정 후보자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을 ‘40년 지기’라고 표현한 바 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윤 당선인은 왜 이런 후보자를 지명했나. 40년 지기가 맞냐”고 묻자 정 후보자는 “잘못된 말이다. 대구 발령받고 나서 1년에 두어번 만났다. 40년 지기는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강 의원이 윤 당선인 측에서 부실 검증을 한 것 아니냐고 따지자 정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도 인사검증을 받은 바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윤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기치로 내건 ‘공정‧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이 “윤 당선인은 공정과 상식의 가치로 이번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본인 생각에 본인이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부합하는 인선이라고 판단하냐”고 묻자 정 후보자는 “그렇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답변을 들은 신 의원은 “상당히 놀랍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의사 출신인 후보자는 14만 의사들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존중을 깨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끄럽거나 죄송한 마음 없냐”고 재차 물었다. 정 후보자는 다시 “떳떳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왔다”고 항변했다.
‘조국 잣대’ 들이민 민주당… 정호영 “왜 다른 분과 비교를”
민주당 의원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받았던 법적 잣대’ 만큼 정 후보자도 검증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영석 민주당 의원은 “조 전 장관은 청문회 열기 전에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에서 사퇴 요구를 했고, 당시 윤석열 검찰은 사흘 뒤 바로 응답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냐”고 몰아세웠다.
그러자 정 후보자는 “다른 분과 왜 비교가 돼야 하는 줄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조 전 장관 딸인 조민씨의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에 관련한 질의도 나왔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정 후보자 자녀 의대 편입학 의혹이 국민들께서 조씨 의전원 입학 이슈와 비교하며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고 운을 떼며 조씨 부산대 의전원 입학 취소에 관한 입장을 물었다.
정 후보자는 언짢은 기색을 드러내며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저와 관계없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 절차상의 문제이므로 장관과는 관계없다고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신 의원이 재차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서의 견해를 묻는 것이라 거듭 질문해도 “교육부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버텼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다. 김성주 의원은 “의사 후배라고 생각해 답변 태도가 당당해지나. 국민 대표로서 물어보는데, 교육부로 물어보라는 게 말이 되냐”고 꼬집었다. 의사 진행을 하던 김민석 복지위 위원장도 나서 “의원들 질문에는 의료 관련 사안, 사회 일반 사안에 대한 것도 있을 수 있다”며 “다 포괄적으로 질의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하고 성의 있게 답변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일침을 가했다.
여러 의혹에 결국 “의미 없다” 퇴장한 민주당
민주당 의원들은 결국 오후 7시쯤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진행해봤자 설전 밖에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검증 차원이 아닌 수사기관이 밝힐 문제라고 고개를 저었다.
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의혹도 많고, 장관 업무 수행할 전문성도 전혀 없다. 우리가 청문회 통해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게 없다. 수사기관이 밝힐 문제”라며 “의미없다 생각해 퇴장하겠다”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