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구 걸려도 나만 ‘음성’…슈퍼항체자?

가족·친구 걸려도 나만 ‘음성’…슈퍼항체자?

코로나19 항체 검사 해봤더니 ‘무증상 감염’ 이력 확인
‘숨은 감염자’ 규모 상당할 것으로 추정

기사승인 2022-05-11 06:16:02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한 내과 의원을 방문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항체 검사를 받았다.   사진=정진용 기자

“나 양성 나왔어ㅠㅠ”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을 지나던 지난 3월. 같이 사는 가족이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부랴부랴 자가검사키트를 사고 다음 날에는 PCR 검사도 받았다.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지난 2월에는 잠복기였던 친구와 밥을 먹고 차도 마셨지만 큰 문제가 없었다. 국민 3명 중 1명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걸렸는데 용케 살아남았다 자부했다. 한번 약한 감기 증상이 있었는데 혹시 걸렸다 지나간 것은 아닐까. 병원을 찾아 코로나 항체 검사를 받아봤다. 

코로나 감염 이력 알고 싶다면 정밀검사로…검사비 ‘제각각’

항체 검사는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 양을 측정하는 검사다. 코에 면봉을 넣는 항원 검사와 다르게 혈액 채취가 필요하다. 인터넷으로 항체 검사를 시행하는 병원을 검색했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한 내과 의원을 찾았다.

코로나 항체 검사는 키트 검사, 정밀 검사 2가지가 있다. 키트 검사는 항체 유무만 알 수 있다. 손끝에서 채취한 피 한 방울을 키트에 떨어트리는 방법이다. 검사 결과는 10~15분만에 나온다. 비용은 3만원 정도로 정밀 검사보다 저렴한 편이다. 

정밀 검사를 하면 코로나19에 감염돼 생긴 항체와 예방접종 후 생기는 항체를 구분해 확인할 수 있다. 따로 주사를 사용한 채혈이 필요하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하루 이틀 정도 소요된다. 병원에서 직접 하는 검사가 아니라 다른 민간검사기관에 의뢰를 하기 때문에 그렇다. 민간검사기관은 서울의과학연구소(SCL), 녹십자가 대표적이다.

채혈을 한다고 해서 식사를 거르는 등 따로 준비할 것은 전혀 없다. 검사 당일 병원에서 피 5㎖를 뽑았다. 샘플통에 담긴 피는 원심분리 후, 검사기관에서 수거해간다. 가격은 병원마다 조금씩 다르다. 검사할 생각이 있다면 몇 군데에 문의, 가격 비교를 추천한다. 기자가 방문한 병원에서는 5만5000원이 들었다. 비급여이기 때문에 본인 부담이다.
코로나19 항체 검사를 통해 감염으로 인한 항체와 백신 접종으로 생긴 항체 모두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진=정진용 기자

검사 결과 보니…반전 있었다

정밀 검사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생기는 Anti-N(N항원), 그리고 백신 접종으로 생기는 Anti-S1 RBD(S항원) 두 가지를 확인한다. 최근 1~5개월 내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다면 검사 결과에 나타날 것이라는 사전 설명을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자는 두 항원 모두 양성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단위면적당 항체량을 의미하는 ‘항체가’가 N항원은 3.54로 나왔다. 1보다 작으면 음성, 1보다 같거나 크면 양성이다. 또 백신 접종으로 생긴 S항원 항체량은 75 이상이었다. S항원은 1보다 크거나 같으면 항체가 있다는 의미다. 기자는 지난 2월3일 백신 3차 접종을 완료했다. 

‘슈퍼 항체자’는 커녕 말로만 듣던 무증상 감염자였던 셈이다. 가족이 코로나19에 걸리고 며칠 뒤 코막힘 증상이 있어서 감기약을 먹고 잤던 날이 떠올랐다.

검사 결과에 대해 내과 전문의는 “아마 감기 기운이 있던 그때 감염된 게 맞는 것 같다”면서 “백신 접종으로 생긴 항체도 어느정도 몸에 잘 형성된 것 같다고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기자 본인을 포함해 ‘숨은 감염자’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항체 보유율을 조사, 미국인 60% 정도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달 27일 내놨다. 미국 보건 당국이 집계한 공식 확진자 통계(24.1%) 2배 이상이다. 

항체 있으니 앞으로 백신 안 맞아도 될까

일각에서는 백신을 맞은 뒤 감염되면 슈퍼 항체가 생긴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슈퍼 항체가 아직 과학적으로 용인되는 개념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시간이 경과하면 항체는 사라진다. 3~4개월이 지나면 급격히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변이 바이러스도 변수다. 델타에 걸렸다가 오미크론에 걸리고, 오미크론 하위 바이러스 BA1에 걸렸던 사람이 BA2에 또다시 걸리기도 한다. 항체가 있다고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완전히 막아주는 것도 아니다”고 딱 잘라 말했다. 항체 형성을 확인했다 하더라도 이후 백신 접종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말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가족이 걸렸는데 본인은 안 걸렸다는 사례는 무증상이든 경증이든 걸리고 지나간 경우일 가능성이 거의 100%”이라며 “그만큼 오미크론 바이러스 독성이 약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항체 조사를 통해 백신 효과와 집단면역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면서 “향후 방역 대책에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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