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미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26.63p(1.02%) 떨어진 31834.11로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65.87p(1.65%) 밀린 3935.18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373.43p(3.18%) 하락한 11364.24로 거래를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국채금리 움직임 등을 주시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4월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올라 전월 기록한 8.5% 상승보다는 낮아졌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8.1% 상승은 웃돌았다.
4월 CPI는 전월보다는 0.3% 올라 전달 기록한 1.2% 상승을 크게 밑돌았으나 시장의 예상치인 0.2% 상승은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4월 근원 CPI는 전월보다 0.6% 상승하고, 전년 대비로는 6.2% 올랐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인 0.4%와 6.0% 상승을 모두 웃돈 것이다.
근원 CPI는 지난 3월 기록한 전월 대비 0.3% 상승과 전년 대비 6.5% 상승과 비교해 전월 대비 상승률이 더 높아졌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우려에 지표 발표 직후 채권 금리가 급등하고 주가지수 선물은 개장 전 하락했다. 하지만 개장 후 주식시장은 다시 반등세로 돌아서고 10년물 금리와 2년물 금리의 방향이 엇갈리는 등 시장의 변동성은 커졌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12bp(=0.12%p)가량 오른 2.74%까지 치솟았으며 마감 시점에도 오름세를 유지했다.
반면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3%를 돌파했으나 이후 오름폭을 줄여 2.92%로 전날보다 6bp가량 하락했다.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면 연준의 긴축 강도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통제에 있어 추세에 뒤처져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연준의 긴축 강도를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의 약세론자인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주식 전략가는 S&P500지수가 단기간에 3700까지 저점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12개월 전망치는 3900으로 제시했다.
뉴욕 주식시장이 하락 마감하면서 애플의 글로벌 시가총액(시총)도 떨어졌다. 시총 1위 자리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에게 내줬다.
이날 CNBC 등에 따르면 주가하락으로 애플의 시총은 2조3710억 달러를 기록하며 아람코(2조4240억 달러)에 뒤처졌다. 뉴욕 주식시장에서 애플은 전날에 비해 5.18% 떨어진 146.50달러에 마감했다. 반면 사우디 타다울 증시에서 거래되는 아람코의 주가는 이날 0.98% 떨어진 45.50리얄을 기록했다.
부동의 시가총액 1위 업체로 군림한 애플은 연초 시총이 아람코에 비해 약 1조 달러 컸지만 미국 주식시장 급락세 속에 올들어 주가가 17% 넘게 급락한 반면 아람코는 유가 급등세 속에 사우디 주식시장에서 27% 급등하면서 순위가 역전됐다.
애플은 지난 1월 초 전 세계에서 시총 3조 달러를 달성한 첫 회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미국의 통화 긴축 정책과 높은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기술주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1위 자리를 아람코에 내어줬다.
금리가 높아지면 투자자들은 대형 기술기업(빅테크)의 미래 수익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만큼 주가는 더 내려가는 만큼 애플과 아람코간 시총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
미국 뉴욕의 자산운용사 잉걸스앤스나이더의 팀 그리스키 선임 포트폴리오 분석가는 “Fed가 올해 기준금리를 최소 150bp(1.50%p) 더 인상하고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 전망이 없다면 기술기업이 자리를 되찾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주요기업 실적 또한 대체로 부진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의 대형주들이 모두 3% 이상 하락했고, 테슬라의 주가도 8% 이상 하락했다. 리비안의 주가는 포드의 주식 매각 소식에 9% 이상 하락했다.
당분간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추가적인 주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지표 항목 중 월세와 임금 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됐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감이 확대됐다”면서 “6월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할 확률은 85~90%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결국 시장 참여자들은 인플레이션 지표를 후행적으로 확인하면서 대응해 나갈 수 밖에 없다”면서 “시장 신뢰를 잃어버렸던 연준이 어느정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도 중요하기 때문에 6월 FOMC까지 불가항력적인 변동성 확대는 감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하지만 최근 주요국 증시의 조정은 2020년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당시에 준할 정도로 이뤄진 만큼 추가 하락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최근의 증시 급락은 패닉셀링(공포에 매도)인 만큼 기술적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