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두 번째’ 복지장관 후보자도 논란 줄이어

尹 ‘두 번째’ 복지장관 후보자도 논란 줄이어

김승희 내정자 30일 첫 출근
과거 ‘文 치매’ 발언 재조명…이해충돌·갭투자·농지법 위반 의혹도
“의료민영화 추진해온 대표적 인물” 시민단체 평가까지

기사승인 2022-05-31 06:20:01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다 취재진에게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치매 발언’ 논란, 이해충돌 의혹과 같은 정치적·도덕적 시비가 인 가운데 정책에 관한 물음표도 붙었다. 그가 식품의약품안전처장, 국회의원 재임 당시 추진해온 정책이 ‘의료민영화’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보건의료계 “김승희 지명, 尹 의료민영화 의지 보여준 것”

김 후보자는 30일 서울 충정로 국민연금공단빌딩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에 처음으로 출근하며 “그동안 공직자로서, 국회의원으로서 쌓았던 지식과 경험이 복지부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적 역량이 있다고 인정받아서 지명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전문성’을 내세우며 복지부 장관 적임자임을 강조한 것과 달리 현장에선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그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식약처에서 근무하면서 추진해온 정책이 의료민영화에 가깝다는 비판이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그는 영리 의료회사들 돈벌이를 위해 기업규제 완화와 의료민영화를 추진해온 대표적 인물”이라며 “게다가 공직 수행 이후 김승희 후보의 행보는 제약 및 의료기기회사 로비스트로서의 활동이었다. 정호영 후보자 낙마 이후 고르고 고른 인물이 바이오 기업 로비스트란 말인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가 국회의원 시절 대표발의한 ‘첨단재생의료법안’을 문제 삼았다. 법안에는 줄기세포·유전자치료제 등을 식약처 허가를 받지 않고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보건의료단체는 “대표적 의료민영화 법안”이라며 “치료제를 임상시험할 때 기업이 비용을 부담해야 함에도 거꾸로 환자에게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 했다. ‘인보사 사태’에도 불구하고 통과돼 무분별한 재생의료 연구들이 난립하게 만들었다”고 질타했다.

식약처장일 때도 산업계 입맛에 맞는 정책만 펼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웰니스 기기’ 분류를 만들어 식약처 허가를 받지 않아도 의료기기를 출시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을 예로 들었다. 이들은 “김 후보자는 정확도가 낮은 건강·만성질환 관리 기기들이 판매될 수 있게 길을 열어주었다”고 일갈했다.

이어 “기업 돈벌이를 위한 규제완화와 의료민영화에 특화된 복지부 장관을 임명하려는 것에 우리는 강하게 반대할 수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은 김승희 장관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면 비대면 진료 정책 수립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는 국회의원 시절 비대면 진료에 관해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2018년 9월 보건의료 전문지와의 간담회에서 “원격의료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의료민영화’를 핑계로 반대해온 탓에 무산돼 왔다”며 “인구 고령화로 의료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제 원격의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했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관한 의료민영화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보건의료단체 등이 비대면 진료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전진환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격의료는 복지를 확대하고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게 아니다. 바로 3분 진료, 1분 진료가 횡행하는 한국에서 불필요한 약물 사용과 과잉 의료를 부추기는 것”이라며 “의료기기 회사들이 이윤 추구를 하기 위한 의료 상업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의원 시절 모습.   사진=박효상 기자

“文 치매” 발언 논란… 갭투자‧이해충돌 의혹도

김 후보자가 지명된 뒤 가장 조명됐던 건 과거 발언이었다. 김 후보자는 2019년 10월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문 전 대통령의 개별 기록관에 대해 지적하며 “치매와 건망증은 의학적으로 보면 다르다고 하지만 건망증은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며 “요즘 국민은 가족의 치매와 동시에 대통령의 기억력 문제를 많이 걱정한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당시 거센 반발을 사며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됐다.

‘이해충돌’ 문제도 불거졌다. 국회의원 임기가 끝난 지 2달 만인 2020년 7월부터 제약‧바이오 분야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에 고문을 맡은 이력이 밝혀지면서다. 유관 분야에서 일하다 다시 장관으로 임명되는 셈이라 지명 철회 요구가 빗발쳤다.

‘갭투자’ 의혹도 제기됐다. 복지위 소속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식약청 차장으로 일하던 2012년 공무원 특별공급을 받은 세종시 아파트를 실거주하지 않다가 5년 뒤인 2017년 1억이 넘는 시세차익을 남기고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김 후보자 어머니 명의의 아파트를 김 후보자 자녀가 매입한 정황도 나왔다.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 취임 때 2015년 4월 모친 명의의 서울 동작구 소재 아파트를 신고했으나 2020년 재산신고 땐 같은 아파트를 장녀가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농지법 위반 의혹도 있다. 복지위 소속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경기 남양주 일대 농지 939㎡(약 284평)를 투기 목적으로 매입한 것 아니냐며 의심했다.

현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와 배치되는 발언도 논란이 됐다. 보험료율 인상을 시사한 윤 정부의 연금개혁 기조와 달리, 김 후보자는 2018년 8월 “문재인 정부는 노후 소득보장이라는 그럴싸한 말로 보험료를 올려 국민 지갑을 먼저 털겠다는 생각”이라고 비판해 논란이 됐다.

복지부, 해명에 안간힘… 청문회 개최 여부도 불투명

복지부 인사청문준비단은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파장 차단에 안간힘이다. 설명자료를 통해 갭 투자 의혹에는 “가격 모두 적정했고 세금도 적법하게 냈다”, 농지법은 “투기 목적의 농지 구입이 아니다”, 이해충돌 의혹은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취업에) ‘문제 없음’을 확인하고 취업했다” 등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해명을 여러 차례 내놨다.

해소된 의혹도 있다. 김 후보자 장남이 2016년 신체검사에서 5급 면제 판정을 받았으나 질병명을 공개하지 않으며 병역 면제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인사청문준비단은 “김 후보자 아들은 초등학교 시절 날카로운 물체에 한쪽 눈이 찔려 수술과 치료를 반복했으나 시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영구 실명 상태가 됐다”고 밝혔다.

인사청문회에서 쟁점은 김 후보자의 ‘치매 발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6일 공동 성명서를 통해 “여전히 많은 국민들은 김 후보자를 ‘정치혐오를 불러오는 막말 정치인’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김 후보자 내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든 의혹을 풀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30일 출근길에서 “정치인으로서 태도와 생각, 행정부처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사회를 이끌어나갈 위치는 다르다”고 막말 논란을 반박했다. 이어 “청문회가 시작하면 야당 의원님들께서 굉장히 많이 물어보실 것”이라며 “그 당시 제가 야당 국회의원으로서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국회가 원 구성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탓이다. 30일부터 21대 국회 후반기가 시작됐지만 법사위원장 배분 문제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여야 간 원 구성 논의가 결론나지 않은 상황이다.

상임위가 구성되지 않으면 인사청문회를 열 수 없다.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면 윤 대통령이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장관 임명을 강행할 수 있게 된다. 현행법상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송부된 지 20일이 지나면 이후 열흘 내에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우선 인사청문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상임위 구성이 안 돼도 의장단이 있으면 특위를 꾸려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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