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타들은 왜 틱톡 마케팅에 반기 들었나

팝스타들은 왜 틱톡 마케팅에 반기 들었나

기사승인 2022-06-04 11:45:01
음반사와 겪은 갈등을 틱톡에서 밝힌 팝 가수 할시. 틱톡 캡처

15초 동영상으로 콘텐츠 혁명을 일으킨 틱톡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유명 팝가수들이 음악계 흥행 치트키로 여겨졌던 숏폼 동영상 마케팅에 잇따라 불만을 제기하면서다. 팝 본고장 미국에선 ‘틱톡이 음악 시장을 망치는 걸까’(하입베이)라는 질문이 나올 정도다.

‘틱톡 구걸’하는 음반사, 반기 든 팝스타들

“모든 게 마케팅이다.” 그룹 방탄소년단 노래에 피처링해 한국에도 잘 알려진 팝 가수 할시는 최근 이렇게 한탄했다. 신곡 ‘소 굿’(So Good) 발매를 둘러싸고 음반사와 빚은 갈등 때문이다. 할시는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이 곡 일부를 공개하며 “최대한 빨리 신곡을 내고 싶지만 음반사가 반대한다. 그들은 틱톡에서 (신곡이) 입소문 탈 만한 전략을 만들기 전까진 음원을 낼 수 없단다”고 토로했다. 해당 영상은 900만 회 넘게 재생되며 화제를 모았다. 음반사 측은 그제야 “우리는 소속 가수들의 성공만을 원한다”며 ‘소 굿’을 오는 9일(현지시간) 발매하겠다고 밝혔다.

할시만 겪은 일이 아니다. 영국 가수 FKA 트위그스는 “음반사가 요구하는 건 틱톡에 관한 것뿐이다. 나는 (틱톡 활동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핀잔을 들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인디 록 밴드 보컬 플로렌스 웰치도 “음반사가 가벼운 틱톡 영상을 구걸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적인 팝스타 아델마저 정규 4집을 작업하는 동안 틱톡에 어울리는 음악을 만들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애플뮤직 인터뷰에서 밝혔다. 다만 아델은 “사람들이 틱톡 음악만 만든다면 내 또래 세대를 위한 음악은 누가 만든단 말인가”라며 이런 요구를 거절했다고 한다.

틱톡은 지난해 9월 전 세계 이용자 수 10억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틱톡

“문제는 틱톡이 아니야, 음반사야”

음악 산업에서 틱톡이 발휘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전 세계 틱톡 이용자 수는 약 10억 명, 그 중 88%가 ‘틱톡 경험의 핵심은 음악’이라고 답한 것으로 틱톡 조사 결과(왓츠 넥스트 리포트 2022) 드러났다. 이용자 대부분이 틱톡에서 접한 음악을 검색·스트리밍·구입한다는 의미다. 그래미 어워즈 수상자인 도자 캣의 ‘세이 소’(Say So), 메건 디 스탤리언의 ‘새비지’(Savage), Z세대 새로운 록스타 게일의 ‘abcdefu’ 등이 틱톡에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누렸다. K팝도 예외는 아니다. 2020년 1월 발매된 가수 지코의 ‘아무 노래’가 틱톡에서 댄스 챌린지(안무 따라 하기)로 주목받으면서 ‘틱톡 챌린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 마케팅이 됐다.

문제는 짧은 동영상을 활용한 마케팅이 노동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과거 음반사 역할이던 바이럴(입소문)이나 마케팅이 틱톡 등장 이후 아티스트의 몫으로 넘어가며 갈등이 불거지는 것”이라고 봤다. 그는 “회사 입장에서는 틱톡 영상 제작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아티스트는 이런 일을 여러 번 겪으며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틱톡 영상에 개런티를 주는 등 온라인 공간에서의 노동을 어떻게 보상할지 상호 조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틱톡 마케팅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의 노동을 노동으로 여기지 않는 음반사 인식이 문제라는 뜻이다. 음악 프로듀서 살룻 역시 “틱톡이 문제인가. 아니면 약탈적인 음악 산업 관행이 문제인가”라며 “업계가 예술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틱톡 노동’에 분통을 터뜨린 가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온라인 환경이 여성에게 적대적인데다가 틱톡 마케팅으로 인해 여성 가수의 음악성이 평가 절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싱어송라이터 레베카 루시 테일러는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음악 업계는 소셜 미디어를 여성적인 것으로 여긴다”며 “여성 가수에게 틱톡을 활용하게 하는 방식에는 (남성에 비해) 어둡고 침습적인 면이 있다. 그리고 이는 여성 가수들에게 자신의 음악이 덜 진지하게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을 들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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