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멈추고 싶다’…정치권에 호소하는 전장연 [쿠키 인터뷰]

‘우리도 멈추고 싶다’…정치권에 호소하는 전장연 [쿠키 인터뷰]

“전장연에 ‘나쁘다’는 인식 있는 것 인지”
“특정 공간 이용 못 하는 건 평등권 침해”
“시위하는 이유 꼭 봐주셨으면”

기사승인 2022-06-10 06:00:42
“ALL or NOTHING”

정다운 전국장애인철폐연대 정책실장.   사진=안소현 기자

연일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전장연은 지난해 12월 3일부터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라는 이름의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출근길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장연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시위를 이어가는 이유는 ‘평등권’을 위해서다. 쿠키뉴스는 지난 8일 정다운 전장연 정책실장을 만나 시위의 이유와 전장연의 행보에 대해 물었다. 정 실장은 담담히 전장연의 이야기를 풀었다.

- 자기소개를 한다면
▶ 전장연에서 정책실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다운이다. 활동한 지는 8년 정도 됐다. 그동안 전장연의 활동이 더 다양해지는 등 긍정적으로 변한 느낌이 있다. 어떤 분야든 우리 단체의 이름을 갖고 차별에 대해 저항하고 정부와 국회에 요구할 걸 요구해야 하는데 모든 걸 다 하지 못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요구안이 더 구체화했는데 이런 점이 좋다.

- 어느 형식의 시위를 주로 하는지
▶ 지난해 겨울부터는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시작했다. 출근 시간에 맞춰 지하철을 타고 어딘가를 향해 이동하는 활동이다. 또 피켓을 들고 시민 앞에서 전장연이 요구하는 걸 알리기도 한다. 그러다 서울교통공사의 ‘전장연 대응 지침 문건’이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교통공사가 특정 언론에 이 시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주는 메시지를 보도해달라고 하는 정황이 밝혀져 항의하기도 했다. 주로 하는 건 특정 기간에 특별 행동으로 도로 점거하는 시위인데 지금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는 하지 않고 있다. 대선 기간 당시 TV 토론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장애인 문제를 언급해 한 차례 일단락하기도 했다. 현재는 삼각지역에서 매일 삭발식을 하고 회현역으로 이동해 서울특별시의회에 탈시설 조례를 요구하고 있다.

- ‘탈시설’ 구호의 의미는
▶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한 정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켜 개인별 지원 체계로 가야 한다는 의미다. 정책의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구호기도 하고 정책 용어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소득 활동이 어렵고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그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시설에 그들을 몰아넣었다. 그리고 그들을 관리하는 인력들의 행정 편의에 맞춰 돌봄과 지원을 집단적 공간 내에서 이뤄지게 했다. 이것은 장애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요양원, 보육원, 미혼모 시설 등 많은 시설이 있는데 이런 시설들이 구조적으로 개인의 일상이나 개인의 선택에 대한 권한을 사실상 거의 없게 만든다. 통제 인력 기준에 맞게 운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들을 해결하기 위해 탈시설을 외치고 있다.

-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같은 시위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 보통의 시위 방식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집회 신고하고 행진하는 것들이다. 우리가 겪는 불편함, 평등권 침해에 관한 내용을 알릴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위해서 지하철이라는 공간을 선택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간인 광장이랑 다른 게 없다고 생각한다. 2001년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이 리프트를 타고 이동하다 추락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시민단체들이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동권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장과 중앙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동권 문제가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해결되지 않아 버스를 점거하거나 지하철 선로에 내려가기도 했다. 그런데도 계속 장애인 사망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조속히 해결되기 바라는 마음에 시위 방식을 택했다.

- 악의가 담긴 말을 들을 때 상처받진 않는지
▶ 저는 괜찮지만 다른 활동가들은 상처를 많이 받는다. 어떤 사람은 “나는 장애인을 많이 도와주고 있는데 이렇게 피해 주면 피해를 안 주는 다른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안 좋아진다”고 주장한다. 그런 말을 하면서 시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놀랍다. 비장애인들한테 잘 보여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누구에게 잘 보여야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는다는 것 자체가 불평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물어보고 싶다. 그래도 힘내라고 얘기해주시는 분도 계시고 피켓을 만들어 적극 참여해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지하철에서 박수를 쳐주신다거나 욕하는 사람들에 맞서주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런 행동은 시위하는 사람들보다도 더 용기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대단하다고 느낀다.

- 정부에 바라는 점은
▶ 접근권이라고 하는 건 ‘ALL or NOTHING(전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이다. 완전하게 모든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면 엘리베이터가 몇 퍼센트나 설치됐는지 등 그런 통계가 아무 의미 없다. 비장애인들한테 어떤 특정 역을 여성·노인·아동 등에게 이용하지 말라고 하면 큰 반발이 생길 게 분명하다. 장애인이 역을 사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서울 내에 약 92%라고 하지만 8%에 해당하는 역에서는 여전히 장애인이 목숨을 걸고 이동해야 한다. 평등권 침해다. 유엔장애권리위원회에서도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만들어 대한민국도 협약을 준수해야 하는 기준이 있는데 정치권에서는 그런 기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현실에 맞게 해야 한다”고 이행을 하지 않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핑계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번에 가기 어려운 걸 알고 있으니 하나씩 해결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시위가 주는 불편함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입장에 따라 그 불편함을 과도하게 지적하는 것도 있다고 느낀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위 때는 광화문 광장에서 매주 시위를 해 도로도 통제되고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수반됐다. 그때도 시위가 끝나고 쓰레기가 함부로 버려져 거리가 지저분해졌다든지 시위의 안 좋은 면이 조명되기도 했다. 시위하는 이유를 봐 주셨으면 좋겠다. 이런 시위에 대해 사회적 비용을 계속 만들어내는 책임이 과연 시위를 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시위를 하든 말든 반응하지 않는 권력에 있는지 정확히 가리켜야 하지 않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시위를 안 하면 되는 건지 묻고 싶다. 시위 피해를 부각하는 게 결국 시위하는 사람들의 사회에 대한 비판이나 권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비가시화 시키기 때문에 그러한 보도를 지적하고 싶다. 언론과 정부가 조속히 소통의 장을 마련했으면 한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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