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칸영화제 수상은 과정, 계속 연기하는 게 꿈” [쿠키인터뷰]

송강호 “칸영화제 수상은 과정, 계속 연기하는 게 꿈”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6-16 06:27:02
배우 송강호. 써브라임

15년 전 처음 만났다. 영화 ‘밀양’(감독 이창동)으로 처음 칸영화제를 방문한 해, 송강호는 부산국제영화제 어느 호텔 엘리베이터 앞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만났다. 이미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을 존경하고 좋아하고 있었다. 그날 잠시 이야기를 나눈 우연한 만남이 두 사람을 이어주는 인연의 시작이었다. 시간이 흘러 함께 영화를 찍고, 함께 칸영화제로 향했다. 수상의 기쁨도 누렸다. 그 영화가 ‘브로커’다.

지난 8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배우 송강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작업을 시작하기 전 선입견을 가졌다고 털어놨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는 정교하고 완벽한 시나리오로 시작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브로커’ 촬영은 열려 있었다. 배우와 감독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신선한 작업 방식에 놀랐다. 해방감도 느꼈다. 송강호는 6~7년 전 처음 ‘브로커’ 얘기를 들은 순간을 돌아봤다.

“6~7년 전 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미팅을 통해 ‘브로커’ 얘길 들었어요. 당장 내년에 찍자는 얘긴 아니었어요. 몇 년이 걸릴 텐데 이런 영화를 시작하려고 하니 같이 하자는 얘기였죠. 알겠다고 하고 헤어졌어요. 그 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출연을 결정하고 곧 촬영을 시작하려고 할 때쯤이었거든요. 고레에다 감독님에게 제 다음 작품이 봉 감독의 ‘기생충’이라는 가족 얘기를 다룬 영화라고, 바로 그 다음 작품으로 감독님과 또 다른 가족 얘기를 하는 게 어떨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브로커’ 시나리오나 시놉시스가 나오면 다시 충분히 검토하자고 했죠. 결과적으로 ‘기생충’ 촬영이 끝나고 한참 후에 ‘브로커’를 해서 그 염려는 없어졌어요.”

영화 ‘브로커’ 스틸컷

여섯 번째 칸영화제 방문에서 남우주연상을 탈 줄은 그도 몰랐다. 최고의 영화제에서 그가 출연한 작품이 소개된다는 자체로 늘 즐겁고 행복했다. 지난해엔 심사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지만, 올해는 축제를 즐기자는 마음이었다. 이름이 호명되는 그 순간까지 수상은 예상하지 못했다.

“시상식에 앉아있으면서도 이름을 호명하기 전까진 누구도 결과를 알 수 없어요. 칸영화제 특징이죠. 심사위원을 해봐서 잘 알아요. 단상에 앉은 심사위원만 알고 어느 누구도 결과를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해요. 제가 혼자 잘해서 받은 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브로커’를 보시면 알겠지만, 누구 한 명이 끌고 가는 작품은 아니잖아요. 모든 배우들, 심지어 어린 아기까지도 땀방울 하나하나가 모여서 거대한 작품이 완성됐다고 생각해요. 열정과 노력과 재능으로 ‘브로커’를 완성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송강호가 올해 칸영화제에 머물며 느낀 게 있다. 어느 자리든지 한국 콘텐츠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전 세계 영화인들이 한국 콘텐츠를 주목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달라진 위상과 시선의 변화를 똑똑히 목격했다.

배우 송강호. 써브라임

“봉준호 감독이 3년 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얘기했던가요. 이 수상이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라고요. 그 말에 저도 동의해요. 임권택 감독님부터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차곡차곡 한 계단씩 한국영화가 쌓아올린 결과를 드디어 ‘기생충’이 받는 거라고요. 그분들이 쌓은 계단을 오른 것뿐이지 본인이 잘해서가 아니라고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그동안 스태프, 제작자를 비롯한 많은 한국 영화인들이 창의적인 콘텐츠를 개발하는 노력과 열정을 쏟은 결과가 드디어 세계 시장에서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난 거라고요. 뿌듯하고 좋았어요. 앞으로도 많은 한국 영화인들에게 더 큰 원동력이 될 것 같은 느낌이에요.”

송강호가 받은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은 한국 배우 최초로 기록됐다. 이제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을 정도로 할 수 있는 모든 성취를 이뤘다. 아직도 꿈이 남아 있느냐는 물음에 송강호는 “이건 준비된 멘트가 아니다”라며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칸영화제 수상이 매우 영광스럽고 기쁘긴 해요. 하지만 제 긴 배우 인생에 과정일 뿐이지 목표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좋은 얘기, 좋은 영화, 좋은 연기로 계속 관객에게 소통하고 공감을 얻는 배우로 계속 가는 것이 꿈이에요. 수상과 영화제 초청도 물론 영광스럽죠. 하지만 계속 새로운 느낌과 에너지로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그게 제 궁극적인 꿈이에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