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공약’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무산…노사 모두 불만

‘尹공약’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무산…노사 모두 불만

업종별 차등 적용 표결, 27명 중 16명 반대
경제계 “소상공인 등 현실과 바람 외면에 우려와 유감”
업종별 구분 적용 심의자료 연구 의뢰안에 노동계 반발

기사승인 2022-06-17 15:09:14
1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제4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최저임금위)가 내년도 최저임금에서 ‘업종별 차등적용’을 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재계와 노동계가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7일 입장문을 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로 한 것에 대해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했다. 

앞서 최저임금위는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차 전원회의를 열고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표결에 부친 결과 최종 부결됐다고 밝혔다. 투표 결과 총 27명 참석자 중 반대 16표, 찬성 11표다.  

현행법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첫 해인 1988년에만 한 차례 업종 구분이 이뤄지고 줄곧 전 산업에 똑같은 최저임금이 적용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을 공약했지만, 적어도 내년에는 불가능해졌다. 

다만 공익위원들은 ‘업종별 구분적용 심의 기초자료를 위한 연구를 고용노동부에 의뢰’ 하자는 안을 내놨다. 추후 업종별 논의를 이어가기 위함으로 보인다. 노동계의 반발로 안건이 통과되진 않았지만 추후 전원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업종 구분이 경영계의 숙원이었던 만큼 경영계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총은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시장의 수용능력에 대한 고려 없이 지나치게 빠르게 인상되고 일률적으로 적용돼 일부 업종은 현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최저임금위원회가 또다시 단일 최저임금제를 결정함으로써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현실과 바람을 외면했다”고 했다. 

이어 “내년도 사업별 구분 적용이 불가능해진 이상 경영계는 생존을 걱정하고 있는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내년도 최저임금은 반드시 현 최저임금 수준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업종을 기준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익위원들이 제안해 ‘사업의 종류별 구분적용, 생계비 등에 관한 기초자료를 위한 연구’를 최저임금위원회가 정부에 요구하는 안건을 차기회의에 상정하기로 한 것은 추후라도 업종별 구분적용을 시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논평을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현실과 바람을 외면한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하면서 “추후라도 이미 법률에 명시된 사업 종류별 구분적용이 실행될 수 있도록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관련 데이터 확충 등 보다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했다. 

근로자위원인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이 1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관련한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자영업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아쉬움이 묻어난다. 

한 자영업자는 “이전 정권에서 최저임금을 너무 많이 올렸다. 대기업이나 가능하지 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정말 인건비 때문에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왜 내세웠나”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와 함께 주휴수당을 폐지해달라는 의견도 쏟아냈다. 

소상공인들도 그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8일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가격규제 성격의 최저임금이 노동자의 최소 생활을 보호하는 취지라면, 최저임금의 차등적용은 공정하지 못한 경영환경에 취약한 사용자의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반면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은 최저임금제도의 취지에 반한다며 도입을 반대해왔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업종별 구분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특히 이번 표결 이후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 심의자료 연구 의뢰를 제안한 것을 두고 노동계는 반발했다.

최저임금위 한국노총·민주노총 근로자 위원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저임금위는 윤석열 정부의 최저임금 제도개악 하청업체가 아니다”라며 “공익위의 업종별 구분 적용 심의자료 연구 의뢰 제안은 노사간 지루한 공방으로 논란을 키울 것이다. 최저임금위에서 최저임금제도 개악, 무력화라는 윤석열 정부의 큰 그림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이다. 일부 위원들이 이를 말리고 중재하는 모습은 정부와 사용자의 손을 들어주는 데 활용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가 결론이 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놓고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5.1% 오른 시급 9160원(월급 191만4440원)이다. 노동계는 오는 21일 열리는 제6차 전원회의 전 최초 요구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경영계는 최소 동결, 노동계는 1만원 이상의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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