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취임 한 달 만에 내놓은 경제정책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경제 부양 효과가 있을 거란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가 하면, 물가안정 대책이 빠진 기업 위주의 경제정책 방향성은 결국 경제 선순환에 이를 수 없다는 혹평도 나왔다.
다만 일반 국민을 위한 물가안정 대책 마련 등 추가적인 보완 조치는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같은 목소리를 냈다.
윤석열 정부는 16일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발표된 경제정책 방향은 법인세 인하와 각종 규제 완화, 공공·연금과 노동·교육·금융·서비스 부문 구조개혁, 기초연금 인상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세금 인하와 규제 완화다.
이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성장은 곧 경제 발전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성 교수는 17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 중인 상태서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고 보고, 이번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은 이러한 관점이 들어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세금부담을 줄여주는 것뿐 아니라 지출 조정을 통해 재정건전성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수반된다면 더욱 좋은 경제정책 방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위주의 경제정책 방향성은 결국 경제 선순환에 기여하지 못하고 사회적 갈등만 조장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실물경기 여건이 열악하니 기업 경영의 여건을 개선하겠단 취지로 법인세 인하 등 경제정책 방향성을 제시한 것 같다”면서 “기업의 낙수효과를 기대한다고 볼 수 있지만 경제 역사를 통틀어서 낙수효과가 실증적으로 한 번도 확인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지금 발표대로라면 성공을 장담키는 어렵다”고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이어 “정부의 동기는 이해할 수 있지만, 정부가 발표한 경제정책 방향성만으로는 지금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빈부 격차가 훨씬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엇갈린 평가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자들은 국민을 위한 민생 안정 대책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 교수는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는 것과 함께 일반 국민들에게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도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경제정책의 방향성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업의 법인세는 깎아주더라도 개인 소득세 차원에서 세금 부담 능력이 충분한 고소득자들의 경우에는 누진율을 더 높여 부자 증세하는 보완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일방적인 감세 정책은 기업 경영환경 개선 효과보다는 궁극적으로는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갈등을 조장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한국은 OECD 국가에서 최하위 수준인 사회 안전망을 갖추고 있다면서 추가 보완조치로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사회 양극화를 어느 정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런 정책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현재와 같은 식의 정책은 아주 위험천만한 접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