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중에도 환자 발길 이어진 진료과는?

팬데믹 중에도 환자 발길 이어진 진료과는?

기사승인 2022-06-23 07:00:02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대한정형외과학회 간담회에서 하용찬 홍보위원장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국내 정형외과질환 진료 추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성주 기자

병원 문턱이 높아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이례적으로 환자들의 발길이 꾸준했던 진료과가 있다. 하용찬 대한정형외과학회 홍보위원장은 “2020년과 2021년 의료 환경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크게 변화한 시기, 척추질환은 다빈도질병 2위에 올랐다”며 정형외과질환에 대한 사회적 주의를 환기했다.

22일 대한정형외과학회(이하 학회)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관절·척추 건강을 위한 7가지 생활수칙’을 발표했다. 최근 5년간 주요 정형외과 질환의 발병 추이를 분석, 정형외과 수가 현황과 개선 방향도 제안했다.

학회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통계정보를 분석한 결과, 골다공증 환자가 31% 늘었다. 이는 환자수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정형외과 질환이다. 코로나19 기간에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지난해 골다공증 입원 및 외래 환자수는 약 112만4000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어깨병변, 척추협착을 포함하는 기타 척추병증 등도 꾸준히 증가해 각각 2, 3위에 올랐다. 두 질환 모두 코로나19와 관계 없이 19%, 16% 증가했다. 책상에서 고개를 숙이고 책을 보거나, 컴퓨터 앞에서 잘못된 자세로 보내는 시간이 긴 경우 나타나기 쉬운 질환이다.

같은 기간 환자가 줄어든 정형외과 질환도 있다. 요추 추간판 탈출증(이하 허리디스크), 척추협착증, 무릎관절증 등 고령층에서 빈발하는 질환이다. 고령층이 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꼽히면서 병원 방문은 물론, 일상적인 외출조차 나서기 어려워진 탓으로 풀이된다.

허리디스크를 포함하는 기타 추간판장애, 무릎관절증 등의 정형외과 질환 입원 및 외래 환자수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코로나19가 국내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에 일시적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곧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기타 추간판장애의 경우 2019년과 비교해 지난해 4% 감소했다.
 
하 위원장은 “허리디스크, 척추협착증, 무릎관절증 등의 입원, 외래 환자수가 코로나19 기간 동안 감소한 것은 실제 환자수가 줄었다기보다 상대적 비중이 큰 노년층 환자의 병원 방문율이 낮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골다공증과 어깨병변은 지속적으로 환자수가 늘어났는데, 이들 환자는 거동에 불편함이 없어 코로나19 기간에도 내원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며 “골다공증은 특히 고혈압처럼 증상이나 합병증이 발생하기까지 오랜 잠복기를 거치기 때문에 조기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시기 집 밖으로 나오기 어려워 운동을 할 기회가 매우 부족했다”며 “운동량이 부족하고 체중이 증가하면 골다공증의 상태가 악화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이 더욱 안정되면, 병원을 찾는 골다공증 환자가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학회는 관절·척추 건강을 위한 생활수칙으로 △관절과 척추가 회복할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 취하기 △적절한 체중 유지하기 △내 발에 맞는 편한 신발 신기 △체중부하 운동을 포함한 활동적인 생활 실천하기 △가정에서 낙상 위험 요소 제거하기 △충분한 양의 비타민D 복용하기 △관절 및 척추 통증은 참지 말고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검진받기 등을 준수할 것을 독려했다.

한승범 보험위원장이 정형외과 진료 수가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한성주 기자

모든 연령대 찾는 정형외과 진료… “수가 체계 처참”

관절 및 척추질환은 생애 전주기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학회 전문가들은 정형외과 진료 생태계가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불리한 상태로 악화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MRI를 비롯한 검사료, 치료 재료 등 비급여의 급여화가 진행되면서도 수가는 변하지 않아 기형적인 수가체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학회가 정형외과 10대 수술의 수익성을 조사한 결과, 12%의 수익성이 산출된 척추고정술을 제외한 모든 수술이 적자를 기록했다. 학회는 120개 진료항목에 대해 수가 개선을 제안했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 가운데 먼저 검토를 완료한 69개에 대해 ‘현행유지’를 결정했다. 

학회는 수가가 개선되지 않으면 지역사회에서 정형외과 진료를 보는 중소병원이 운영난으로 문을 닫고, 수술이 많은 상급종합병원은 적자가 누적돼 안정적인 운영이 불가능해진다고 주장한다. 이는 결국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낮추고, 막을 수 있었던 건강피해를 확대한다고 지적한다.

수가가 낮아 통증 완화를 위한 비급여 시술, 검사 등에 집중하는 의료기관이 증가하는 현상도 문제다. 이태연 대한정형외과의사회장은 “진료실에서 통증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수술까지 진행할 수 있는 병원들은 점차 줄어들고, 병원이 마치 ‘통증 클리닉’과 같은 모습으로 운영되는 사례가 증가하면 앞으로 정형외과질환 진료 환경의 왜곡이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승범 보험위원장은 “정형외과 수가 및 급여 기준을 보완하는 한편 산정 불가 치료제를 실가격 보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내과적 질환을 동반한 80세 이상 환자의 수술은 전문 진료질병군으로 지정하는 등 정형외과 현실을 반영하는 정책이 실행돼야 더 나은 환자 치료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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