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지주·우리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 주가는 이달 들어 전날까지 평균 16.3% 하락했다. 하나금융지주가 19.6%로 낙폭이 가장 컸고, KB금융 19%, 우리금융지주 16.1%, 신한지주 10.6% 순으로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하락률(10.6%)보다 큰 수준이다.
은행주가 부진한 데에는 기관과 외국인, 연기금의 매도세가 영향을 미쳤다. 연기금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신한지주 697억6600만원, KB금융 621억600만원, 하나금융지주 592억6100만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은 하나금융지주를 757억2900만원어치 순매도했고, 외국인은 663억3600만원어치를 팔았다. KB금융의 경우 외국인이 1481억5600만원, 기관이 460억5800만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동안 증권가에서는 은행주를 금리 인상에 따른 수혜주로 평가했다. 통상 금리를 인상하면 은행의 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순이자마진(NIM)이 증가해 실적 개선이 이뤄진다.
그러나 은행주는 6월 들어 급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 됐고, 경기둔화가 우려되면서 하락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올투자증권 조병현 투자전략팀 이사는 “은행주 영업수익은 금리 상승에 따라 NIM(순이자마진) 상승하며 증가 예상한다”면서도 “금리상승폭에 대한 기대가 이미 반영되어 있다면 추가적인 시중 금리 상승 움직임이 건전성에 대한 우려(센티멘트)를 자극해 투자심리가 영향받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물가상승과 경기둔화로 인해 금융주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도 설명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전배승 연구원은 “하반기 금융주 성과는 상반기 대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무엇보다 외부적인 거시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진단했다.
주요국 경제 성장률은 올해 둔화에 이어 내년까지 조정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통화 긴축 이슈가 맞물리면서 글로벌 경기 조정 압력이 강해지는 추세다.
전 연구원은 “통상 인플레이션은 금융주 투자에 긍정적 환경으로 알려져 있으나 인플레이션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면 금융주에는 긍정적 측면보다 부정적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난다”면서 “특히 경기는 부진한데 물가만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은 금융주에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심도 투자자들이 은행주를 담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유승민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은행주의 주가가 부진한 것은 현재의 펀더멘탈보다 장기적인 성장성에 대한 의심 때문이다”라면서 “디지털화 등 은행업도 환경변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온라인 은행의 신규진입이 도전적 상황. 혁신이 없다면, 은행주의 장기 주가 전망은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인상에 제동을 건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은행장들과 취임 첫 간담회에서 은행이 이자 장사를 한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를 합리적이면서 투명하게 산정할 것을 주문했다.
NH투자증권 정준섭 연구원은 “금감원장이 은행들의 과도한 이익 추구를 비판하고 대출금리 산정 때 취약층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향후 대출 가산금리 인하가 예상되며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NIM 상승세도 둔화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주요 은행주도 최근 오른 종목보다 떨어진 종목이 많았다.
27일(미국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주요 국채금리 급등에도 불구하고 주요 금융주들의 흐름은 엇갈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0.12%)와 버크셔 해서웨이 클래스B(+0.04%)의 주가는 소폭씩 상승했지만 골드만삭스(-0.65%) 제이피모간체이스(-0.80%) 씨티그룹(-0.06%) 웰스파고(-1.28%) 등의 주가는 하락했다.
특히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연간 누계로 13.83달러(29.95%)로 가장 많이 떨어졌다. JP모건은 연간 누계 기준으로 45.32달러(28.03%)가 떨어졌다.
계속된 인플레이션에 경기침체 우려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연준이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지속할지, 긴축강도를 다소 완화할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영향을 끼쳤다.
이에 따라 미국 주요 은행들은 잇따라 배당금 인상을 결정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양호한 성적표를 받은 은행들이 배당금 인상을 주도했다. 재무 건전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은행주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