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주52시간’ 시동 尹정부… 건설현장 희비 극명

유연한 ‘주52시간’ 시동 尹정부… 건설현장 희비 극명

기사승인 2022-06-30 06:00:22
서울의 한 건설현장. 근무를 마친 근로자들이 사업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윤석열 정부가 근로시간 유연화를 골자로 한 노동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현행 주52시간제 도입에 진통을 겪었던 건설현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건설업계는 탄력있는 현장 운영에 대한 기대를, 노동계는 과노동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3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주52시간제로 대표되는 현행 근로시간 제도를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현행 ‘주 단위’인 연장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개편하겠다는 것. 1주 40시간은 유지하고 연장근로시간만 관리단위를 1주 12시간에서 4주 48시간으로 확대해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이 경우 첫째 주에는 주9시간, 둘째 주에는 주15시간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최종 확정된 방안은 아니다. 노동부는 향후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10월까지 4개월간 운영해 구체적인 입법·정책 과제를 마련할 계획이다. 

건설업계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노동현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보다 탄력적인 근로시간 운영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건설업계는 그간 꾸준히 주52시간 근무제 개선을 요구해왔다. 대한건설협회는 주52시간 개정을 앞둔 지난 2019년 주52시간제도 보완을 위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필요성을 제기했다. 해외건설협회도 지난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관련 제도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해외건설 현장에서 나타나는 현지 근로자와 한국인 직원 간의 근로시간 차이, 해외 기업과의 경쟁력 등의 문제를 개선해야한다는 취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할 순 없지만 일단 현재 경직적인 근로시간 제도를 유연화 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반응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대부분의 현장이 기본적으로 주52시간제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밖에서 작업을 하는 현장이기 때문에 날씨 등의 영향으로 공기가 촉박해지는 경우가 있다. 현 제도보다 유연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노동계의 목소리는 달랐다. 여전히 과노동에 시달리는 건설노동자들의 실태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주92시간 근무’ 가능성도 언급됐다. 12달 평균 ‘월 단위’ 최대 연장근로 시간은 52.1시간(4.345주×12시간)으로 계산된다. 때문에 최대 연장근로 시간을 한 주에 몰아서 사용하면 산술적으로 일주일에 92.1시간(40+52.1시간)까지 근무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의 한 건설현장에서 만난 노동자 A씨는 “현장에서도 정규직과 계약직, 노조와 비노조의 차이가 극명하다. 주52시간제가 시행되고 있다고 해도 하청업체 근로자의 경우 서류상 적용사항일 뿐 실제로는 주52시간 이상 근무하는 게 보편화돼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노동자 B씨도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초과근무 수당 지급도 지켜지는 업체가 드물다”며 “준공 시간에 맞춰 촉박하게 현장이 돌아가고 있다. 주52시간제나 탄력근무제나 노동자들의 실제 근무환경을 안전하게 바꿔줄 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노동조합의 규탄도 이어졌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성명에서 “정부 발표는 우리나라의 고질적 문제인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선언”이라고 질타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통령의 관심사인 시대착오적 장시간 노동 방안과 사용자의 일방적 임금 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만을 내놓은 것에 대해 깊은 실망과 분노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과노동’ 우려에 노동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선은 주 52시간제를 훼손하려는 것이 아니라 운영 방법을 현실에 맞게 보완하려는 것”이라며 “월간 연장 근로시간의 총량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주92시간 근무는 매우 극단적인 예”라고 해명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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