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압승을 거뒀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습 사망이 보수 세력의 결집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11일 아사히·NHK·요미우리·마이니치 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의 피격 사망 이틀 만인 1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했다.
공영방송 NHK는 개표 상황과 출구 조사, 판세 취재 등을 근거로 정당별 확보 의석을 중간 집계한 결과, 11일 오전 5시 기준 125석 가운데 여당이 76석(자민당 63석, 연립여당인 공명당 13석)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참의원 임기는 6년으로 3년마다 전체 의원 절반을 새로 뽑는다. 이번 선거에선 전체 의석수 248석 중 125석을 뽑는다.
헌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건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보수 4당이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개헌과 방위비 증액, 원전 재가동 등 자민당의 공약 추진이 탄력을 받게 될 것 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밤 NHK 개표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로서 자민당과 여당에 아주 고마운 득표 결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선거 기간 중 질타의 목소리도 있었다. 우리에 대한 격려로 잘 받아들이고 큰 책임감을 느끼며 정치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가 지난 8일 유세 연설 중 피격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다시 한번 애도를 표한다. 어떻게든 이 선거를 완수해야 한다는 생각에 많은 분의 도움의 받았다. 선거를 완주할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아베 전 총리의 피격 사망 사건이 자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이니치 신문은 “선거 기간 아베 전 총리가 총격을 받아 사망한 사건이 유권자의 투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은 이날 TV도쿄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는 폭력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싸웠다며 “아베 전 총리에게 좋은 보고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베 전 총리의 마지막 목소리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쿠다 다쓰오 자민당 총무회장은 도쿄FM에 나와 아베 전 총리의 피격 사망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잘 모르겠다”면서도 “그것도(아베 전 총리 사망) 포함해 유권자가 냉정하게 판단했다고 믿고 싶다”고 했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하면서 기시다 총리가 이변이 없는 한 안정적으로 장기 집권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시다 총리가 당내 온건파로 꼽히는 만큼 냉각된 한일관계가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하면서 그가 이끌던 자민당 내 최대 파벌 ‘아베파’를 이끌 후계자가 없는 상황이라 당내 계파 분열, 권력 다툼 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