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웃음기 뺀 인상으로 새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 그는 당대표 출마가 무산된 후 민주당을 향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는 가운데, 그의 정치적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여성인권’ 메시지는 안 보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3일 쿠키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박 전 위원장은 지방선거 참패 후 비대위원장을 사퇴하고 6월 말부터 페이스북 메시지 정치를 이어갔다. 지난달 20일 최강욱 의원의 윤리위 심의를 앞두고 첫 메시지를 낸 후 지금까지 총 22건 가량의 글을 적었다. 그 중 약 13건은 민주당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냈다.
특히 당대표 출마가 무산된 직후부터는 당헌당규 상 권리당원이 아닌 점 등으로 출마할 수 없다는 조건에 강력히 문제제기하며 지도부 등을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유력한 당대표 후보자인 이재명 의원을 겨냥해 “팬덤정치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민주당의 혁신 경쟁이 없는 ‘어대명’ 선거는 민주당 몰락의 신호탄”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N번방’ 사건을 세상에 알린 ‘추적 불꽃단’ 활동으로 정치에 입문한 그가 줄곧 내세웠던 ‘여성인권’에 대한 메시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2030 여성 당원들은 트위터 및 여성시대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 박지현 전 위원장을 향해 ‘여성의제’를 더 많이 집중해달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쏟아지는 메시지 속 여성의제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의 20건 이상의 페이스북 글 중 여성인권에 대한 메시지는 드물었다. 그는 최강욱 의원 징계를 강력 촉구, 여성 낙태죄 대체 입법 추진 촉구,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피해자 2차 가해 방지 및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의 인권 보호 촉구 등에 대해서 적었다.
여성인권과 관련된 핵심적인 메시지들을 시기적절하게 냈다고 볼 수 있으나, 문제는 이러한 메시지들이 빛을 바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 전문가는 박 전 위원장의 정치 화법이 좌충우돌식이라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위원장이 여성인권 문제 또한 계속해서 가져가야 할 아젠다 라면 그 메시지의 흐름에 민주당 비판을 넣지 않고 집중적으로 더 깊게 다뤄야 한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12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박 전 위원장이 최근 아베 전 일본 총리의 사망과 관련해 위안부 등에 대해 말한 적 있나. 이렇듯 굵직한 이슈도 다뤄줘야 했었다”며 “여성인권 관련 글의 흐름에도 민주당 비판으로 끝난다. 그렇기 때문에 마타도어식으로 현안을 비판하는 식으로 대중들이 보게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메시지 정치의 내용이 옳은 것도 중요하지만 이 메시지가 누구한테 어떤 의미로 전달되길 바라느냐도 중요하다”며 “그러나 지금 박 전 위원장의 메시지에 목적성이 보이지 않다보니 공감되지 않고 여성인권 정체성도 점점 잃게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의 화법이 지나치게 비정치적인 부분들을 해소하고 당 내 주요하게 비판해야 할 대목들을 좌충우돌식으로 말할 것이 아니라 당원들에게 비판점을 공감하게 하며 이끌어갈 수 있도록 설득력 있는 화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이날 본지에 “박 전 위원장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집중적으로 해주면 좋을 것 같다”며 “그가 특출하게 뛰어난 부분 등이 여성인권이라면 그런 부분에서 역량을 끌어올리고 우리 당도 그런 부분을 박 전 위원장에게 맡겨 성과로 드러내게 하는게 중요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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