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빅스텝...증시 ‘웃고’ 가상화폐 ‘울고’

사상 첫 빅스텝...증시 ‘웃고’ 가상화폐 ‘울고’

기사승인 2022-07-13 17:00:16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투자 시장의 반응이 엇갈렸다. 국내 증시는 상승세를 보이지만 가상화폐는 급락했다.

1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0.85(0.47%) 오른 2328.61에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6.69(0.29%) 오른 2324.45에 출발해 2320선 안팎에서 움직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사자’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개인은 2567억원, 외국인은 995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지만, 기관이 3567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상승 마감에 성공했다.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했지만, 국내 증시는 상승세를 보였다.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75%에서 2.25%로 0.5%p 인상했다.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1999년 기준금리가 도입된 이후 사상 처음이다.

주로 금리 인상은 주식시장에 악재다. 무위험 국채를 사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늘면서 주식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금통위를 앞둔 지난 12일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0.96%, 2.12% 하락 마감했다.

빅스텝 우려가 선반영됐고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증시는 반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투자증권 이웅찬 연구원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상 첫 빅스텝(0.50%p 인상)을 발표하면서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갈팡질팡하는 연준에 비해 한은이 적절하게 대응에 나서면서 물가 안정 의지를 비친 게 시장에 안도감을 주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 업종이 상승세를 보였다. 섬유·의복(4.02%), 비금속광물(2.01%), 운수·창고(1.86%), 서비스업(1.69%), 음식료업(1.42%), 운수장비(1.19%), 철강 금속(1.02%) 등이 올랐다. 반면 의료정밀(-1.78%), 보험업(-1.09%), 전기·가스(-0.94%), 건설업(-0.5%), 기계(-0.33%), 의약품(-0.14%)는 하락했다.

반면 대장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0.17% 내린 5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에너지솔루션(-0.25%), 삼성바이오로직스(-0.24%), 삼성전자우(-0.57%)가 내렸다.

코스닥도 상승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 12.40(1.65%) 오른 763.18에 거래를 종료했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56(0.07%) 오른 751.34에 출발해 오전 장중 잠시 하락세를 보였으나, 다시 상승세로 전환해 장을 마쳤다.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억원, 737억원을 사들였다. 반면 개인은 홀로 677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 종목은 전 거래일 대비 3.05% 하락한 씨젠을 제외하고 모두 상승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1.39%), 엘앤에프(4.32%), HLB(5.62%), 카카오게임즈(2.33%), 펄어비스(3.91%), 셀트리온제약(0.77%), 에코프로비엠(8.21%), 알테오젠(3.4%), CJ ENM(6.93%)이 올랐다.

다만 이날 밤 발표되는 미국의 6월 CPI가 변수다. 미국의 6월 CPI가 얼마나 나오느냐에 따라 중앙은행의 긴축 강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CPI는 인플레이션 지표로, 높게 나올수록 중앙은행이 강한 긴축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커진다.

시장전문가들은 6월 CPI가 지난 5월 8.6%를 웃도는 8.8%를 전망하고 있다. 9%대 물가를 기록하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자이언트 스텝(0.75%p 기준금리 인상)’을 넘어 1.0%p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미래에셋증권 김석환 연구원은 “오전 금통위의 50bp(0.5%) 금리 인상 발표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상승세를 유지했다”면서도 “미국 6월 CPI 지수 발표에 대한 경계감과 중국 주가 하락 전환에 상승 폭이 일부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는 하락세다. 코인 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약세장에 진입해 인플레이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하락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오후 4시 25분 기준 글로벌 가상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는 24시간 전보다 0.91% 내린 1만9518달러에서 거래됐다. 같은 시간 시총 2위인 이더리움은 24시간 전보다 0.67%내린 1059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0.43% 오른 2583만3000원을 나타냈다. 이더리움은 1.27%오른 139만8500원에 거래됐다.

가상화폐는 나스닥지수와 같이 움직이면서 금리인상이 단행될 때마다 급격하게 가격이 하락했다. 긴축 공포로 최근 투자 심리도 얼어붙으면서다.

가상화폐 데이터 조사 업체 얼터너티브(Alternative)에 따르면 이날 가상화폐 시장의 투자심리를 알려주는 ‘공포·탐욕 지수’는 15점으로 ‘극도의 공포(Extreme fear)’ 수준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수는 0으로 갈수록 시장 심리가 극단적 공포에 가까움을 나타낸다. 10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낙관을 의미한다.

업계는 미국의 6월 CPI 발표와 금리인상 등 이벤트 자체를 악재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윤영 코빗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지난해 말 연준이 긴축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가상화폐 시장이 어려워졌다”면서 “6월 CPI가 시장 기대치보다 높으면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으로 판단해 가격이 조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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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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