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계기로 오픈이노베이션의 기반을 마련했다.
오픈이노베이션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자원과 내부 인력에 의존하는 폐쇄적 연구개발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기업, 연구기관, 국제기구 등과 협업해 혁신을 가속화하는 연구개발 전략이다.
13일 경기 성남 판교에 위치한 에코허브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소에서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프레스투어를 진행하고 “세계 유수의 기관들과 협업하며 쌓은 실력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원동력이 됐다”며 공동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주’를 완성했다. 백신 개발 초기부터 미국 워싱턴대학 약학대 항원디자인연구소(IPD)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했고, 백신의 감염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 첨가하는 면역증강제는 GSK가 기술을 보탰다. 개발 비용 및 향후 공급처에 대한 지원은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BMGF)과 감염병혁신연합(CEPI) 등과 손을 잡았다.
안 사장은 스카이코비원멀티주를 협력의 성과물로 평했다. 국내외 민·관·학이 자원과 기술을 모았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마무리 안타’를 쳤다는 것이다. 안 사장은 “백신에서 가장 중요한 항원은 미국 워싱턴대학교가 나노파티클 방식으로 제공했는데, 이는 전세계 최초로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디자인된 항원이다”라며 “GSK가 면역증강제를 제공하면서 명실상부 드림팀 컨소시엄이 구성됐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정부의 역할도 컸다. 후보물질 단계서부터 신속한 개발 및 인허가를 밀착 지원했다. 기업이 임상시험 승인, 품목허가 등을 위한 자료를 제출한 시점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심사를 개시하는 종전 절차를 과감히 개선했다. 식약처는 스카이코비원멀티주 전담팀을 꾸려 각 개발 단계에 대한 전주기 컨설팅을 실시, 임상시험 실패 가능성을 감소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
안 사장은 “정부 지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염불이 아니었다”며 “재정적 지원은 BMFG와 CEPI가 주도했지만, 비물질적·실질적 지원은 우리 정부가 전적으로 주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회고했다. 이어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대조백신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때는 외교부와 각국 대사들이 도움을 줬다”며 “소유권은 SK바이오사이언스에 있지만, 결코 혼자 만든 결과물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해 향후 도래할 공중보건 위기에 대응할 방침이다. 파트너십을 확충, 다각화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판교에 위치한 기존 연구소의 규모를 키워 2024년까지 송도로 이전을 완료하고, 국내외 기업들이 교류하는 ‘백신 생태계 허브’를 자처했다. 안 사장은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 BMFG와 CEPI 등 국제적 기구뿐 아니라 중소 규모의 바이오기업도 불러들여 어떤 백신이든 가장 잘 만들어내는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카이코비원멀티주 개발도 지속할 예정이다. 식약처 허가는 완료했지만, 아직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 세계보건기구(WHO)등의 허가는 성사되지 않았다. 해외 의약품 당국의 허가를 얻어 선진국 이외의 시장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 수출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기존에 mRNA 백신을 접종한 사람을 대상으로 교차접종 가능성을 확인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모든 코로나바이러스를 타깃으로 하는 범용백신, 독감과 코로나19를 동시에 예방하는 콤보백신 등도 개발 중이다.
이수진 SK바이오사이언스 바이오2실장은 “범용백신의 경우, 코로나바이러스 전체를 커버하다 보니 적용되는 플랫폼이 다르고 여러가지 균주가 많이 섞여있다”며 “개발 과정에서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빠른 개발을 위해 허가까지 어떻게 나아갈지, 임상 및 비임상 시험은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허가 기관과 의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지화 SK바이오사이언스 임상허가개발실장은 “교차접종에 대한 연구를 질병청과 같이 수행했고, 현재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허가된 mRNA 백신,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 등을 맞은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외에 글로벌 진출을 위해 WHO 승인을 받은 백신 몇가지를 포함해서 별도의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 결과도 빠르게 말씀드리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