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정체성’....존폐 위기에 몰린 정의당

잃어버린 ‘정체성’....존폐 위기에 몰린 정의당

진중권 “정치적 정당성 위기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출발해야”
최요한 “새로운 결단해야 그렇지 않으면 사멸할 것”

기사승인 2022-07-15 09:10:01
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8차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당이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6.1 지방선거의 패배로 흔들리고 있다. 정의당은 각종 쇄신책을 펼치면서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상황은 어렵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정의당의 실패 원인으로 ‘정당 정체성’이 명확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15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의당은 지지층을 돌리기 위해 ‘심상정 책임론’과 ‘10년 평가위원회’, ‘비례 국회의원 총사퇴’ 등을 꺼내들었다. 또 노동과 민생 현장성을 강화하겠다는 차원에서 당사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12일 당 홈페이지에 의견서를 올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조국 사태 국면에서 오판으로 진보정치의 도덕성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됐다”며 “당시 결정은 명백한 정치적 오류”라고 말했다.

심 의원의 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엄호하면서 ‘더불어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받은 것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내용이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의견서를 통해 “조국 논란을 비롯해 검수완박과 공수처 등을 두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정책이 아니라 민주당과 관계로 나왔다. 대안세력으로서 존재감이 부족했다”며 “지도부가 토론을 꺼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결과도 어중간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의 쇄신과 혁신을 담당하는 10년 평가위원회는 ‘민주당 2중대론’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남겼다. 한석호 10년 평가위원장은 “1기 정의당 노선은 민주당과 연대를 통해 성장한다는 민주당 의존전략과 대중을 방치한 채 성장하겠다는 ‘대중의 바다 전략이었다”며 “둘 다 처참하게 실패했다”고 말했다.

조국 사건에서 정의당이 보인 행보에 대해서도 날선 평가를 멈추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조국일가 행위는 정의당이 추구하는 평등과 정의 기준에서 인정할 수 없는 원칙이자 정체성이었다”며 “심상정의 정의당은 원칙의 문제를 선거법 개정이라는 전술과 바꿔치기해 ‘민주당 2중대’ 낙인을 스스로 이마에 새겼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의당 당원들의 목소리는 달랐다. 단순 인물 책임론에서 벗어나 당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정의당 당원은 당이 단순하게 인물 위주의 책임론에서 멈춰서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14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선거에 패배하면 책임을 질 사람을 두고 당을 살리는 명분을 찾는다”며 “하지만 정의당은 인물 위주의 책임론에서 멈춰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정의당 당원인 진중권 정치평론가도 당 존재 증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이 대중의 신뢰를 잃게 된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 사태에 책임이 있는 이들에게 명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대양당 사이에서 정의당이 왜 존재해야하는지 증명에 실패했다”며 “이 사태에 가장 책임이 큰 자들이 비례대표 사퇴를 틈타 자리를 넘보는 것을 보면 구역질이 난다”고 비난했다.

진 교수는 정의당의 해법을 언급하면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진보의 서사를 쓰는 일은 정치적 정당성의 위기를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출발해야 한다”며 “정보화 사회와 탈산업사회에 들어선 상황에서 민주노동당 시절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 이념은 시대착오로 변했다”고 직격했다.

아울러 “정파는 해체되어야 한다. 정파는 개인이 입당한 당원들보다 더 큰 결정권을 행사한다”며 “같은 당원인데도 정파에 속한 당원들이 더 큰 권리를 가지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치 전문가는 정의당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정당 정체성’을 꼽았다. 정의당이 정당 정체성을 대답하기에는 준비가 되지 않았고 명확하게 보여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고정 지지층의 이탈은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에 “정당의 정체성에 대해 명확하게 보여줘야 국민들이 지지할 텐데 그 부분에 대해 정의당은 답을 내지 않았고, 답을 할 능력도 안 된 것”이라며 “민주주의 진영과 진보주의 진영은 다르다. 그런데, 진보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정의당이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지 않고 휩쓸려 다닌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심상정 전 대표와 류호정 의원 등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진보주의를 표방하는 정당들의 고질적인 문제”라며 “수십 년 동안 정의당 비롯한 진보주의 정당이 대안 세력으로서 실패해왔다. 민주당의 진보적인 성격을 가진 구성원들하고 정의당의 보수적인 성격을 가진 구성원들이 오히려 역전될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보주의 전체의 문제인데, 제도권에 있는 정의당에게 더 큰 책임이 있는 것”이라며 “사실 현재의 진보주의를 표방하는 정당들과 단체 등 모든 세력이 새로운 결단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멸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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