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가출청소년… ‘권리보장 사각지대’ 해소하려면

아동학대‧가출청소년… ‘권리보장 사각지대’ 해소하려면

아동기본법 제정 릴레이 아동권리포럼

기사승인 2022-07-15 02:07:00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이 14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아동을 권리주체로 존중하는 사회를 위한 기본법 제정 릴레이 아동권리포럼’을 열었다.   사진=김은빈 기자

현재 아동정책이 아동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법이 아동을 권리의 주체라기 보단 보호 대상, 교육 대상으로 바라보는 데 머물고 있는 탓이다.

이에 정부가 아동의 권리 보장 관련 제도를 만들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아동기본법’ 제정을 내년 중 추진할 계획이다. 아동기본법에는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 △발달권 △생존권 △참여권 △놀 권리(일상에서 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아야 할 권리)와 쉴 권리 등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유엔아동권리협약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법 제정에 앞서 정부와 학계, 아동단체들이 아동 권리 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은 14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아동을 권리주체로 존중하는 사회를 위한 기본법 제정 릴레이 아동권리포럼’을 열었다. 아동기본법 제정을 목표로 5차례 진행되며, 첫 토론회는 ‘우리 법은 아동의 인권을 얼마나 지켜주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아동정책은 수시로 발생한 문제에 대한 ‘땜질식 처방’으로 만들어져 발달 연속선상에 있는 아동에게는 분절적이고 비체계적”이라고 비판했다. 법 자체가 교육‧복지‧안전‧보호 등 특정 정책 목적에 따라 아동을 규정한 탓이다. 이에 따라 법률상의 아동 연령 및 서비스가 난립‧분절돼 보호대상 아동에 대한 누락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동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아동의 권리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지는 쟁점이다. 그는 “아이가 정신건강 치료를 원할 때 부모가 동의하지 않는 경우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아동의 의견을 존중하는 차원을 넘어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차원까지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아동학대 방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의 가정방문 서비스를 제도화해야 하는데, 가정방문을 집 앞으로 할지,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를 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아동‧청소년의 유튜브 출연의 경우에도 “법에서는 아동이 경제활동을 강요받지 않아야 한다는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유튜브에 출연하는 아동들은 현재 노동법에서 충분히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내용도 아동기본법에 포함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건이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현행법으로는 보호받을 수 없는 아이들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보호자의 근로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가출 청소년 등이 그렇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8세 미만의 연소자를 고용한 사업장은 그 연령을 증명하는 가족관계 기록사항에 관한 증명서와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동의서를 의무적으로 사업장에 비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동의서를 받을 수 없지만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해야 하는 경우 해당 규정 탓에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배 연구위원은 “가출청소년들은 보호자 동의가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동의서가 없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서 제외돼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아도 항의를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아동단체에서는 아동학대 사건 등을 온전히 책임질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미정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부장은 “현재 아동학대 대응체계는 주로 보건복지부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나 법무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등 다수 부처와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권한과 역할을 갖고 있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특히 “2020년 양천입양아동 학대피해 사망사건은 수사, 보호, 입양 관련 기관 사이 정보제공 및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 아동에 대한 정보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양부모 행위가 학대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책임이 전가되는 등 문제가 드러났다”며 “아동정책이 제대로 조정되지 않을 때 아동보호체계는 구멍이 생기고 막을 수 있는 죽음은 반복된다”고 호소했다.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이 14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아동을 권리주체로 존중하는 사회를 위한 기본법 제정 릴레이 아동권리포럼’을 열었다.   사진=김은빈 기자

차선자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아동인권 보장 방향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아동 인권 보장의 최적임자가 부모라는 전제가 오히려 아동인권 보장 주체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구성하는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아동이 성장하는 환경은 단지 가정과 친생 부모에 의한 경우만이 아니다. 아동을 양육하고 있는 자에게도 아동인권을 보장하는 책임 있는 주체로서의 지위가 귀속됨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동 권리 보장에 대한 국가 역할에 대한 지위도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국가의 아동인권 보장 역할을 인정할 경우 보호자와의 관계에서 아동 인권 보장의 일차적인 책임 주체는 보호자가 될 것이므로 언제 국가가 아동보호의무를 직접 개입해야 하는지 시기 등 아동을 중심으로 통일된 법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모가 사망 등의 사유로 직접 양육이 불가능한 경우 친족을 다음 보호 주체로 놓기보다 공기관이 직접 아동양육을 위한 단계별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연 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 과장은 “사실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전문가 의견과 부모의 의견이 대립했을 때 전문가 의견에 따라 어떤 액션을 취할 수 있는가 등 정책적인 돌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아동기본법이 가이드라인 역할을 떠나 실체적인 의미의 효과를 받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규홍 복지부 제1차관도 “아동기본법을 통해 아동을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정책 관점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를 ‘모든 아동들이 인격을 존중받고 미래의 주체로서 성장하는 사회’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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