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지영(32·여)씨는 3주째 돈을 쓰지 않고 버티는 ‘무(無)지출 챌린지’ 중이다. 아침 출근 전 점심 때 먹을 도시락을 싼다. 주 2회 퇴근 길에 장을 본 식자재로 식사를 차려 먹는다. 지인과의 약속도 거의 잡지 않는다. 쓰지 않는 기프티콘과 물건은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판매해 생활비에 보탰다.
이씨는 “월급에 주택담보대출 이자, 보험료, 자동차세, 재산세 내고 나니 생활비가 빠듯하다”며 “식비를 아끼기 위해 배달은 아예 끊고 음식은 며칠간 나눠 먹을 수 있게 넉넉히 요리한다”고 말했다.
고물가 속 외식물가까지 8%대까지 치솟으면서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무지출 운동이 한창이다. 이씨도 그중 한 명이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외식물가는 8.0% 급등했다. 1992년 10월 이후 최대치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6.0% 올랐다.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고물가 시대의 부담을 덜기 위해 2030세대는 ‘무지출’을 선택했다. 말 그대로 불가피한 고정지출을 제외한 모든 지출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며 소비 생활을 하는 ‘욜로족’은 옛날이 되고 ‘짠테크족’이 주목받는 분위기다.
직장인 박정훈(37)씨는 “점심은 회사 식대 지원으로, 커피는 탕비실 커피를 마신다. 저녁 식대도 일부 지원돼 종종 야근을 하며 회사에서 저녁도 해결한다”며 “물가가 너무 올라 쓸데없는 지출과 식비를 줄이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형수(34)씨는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주유소를 찾아 다닌다. 지역화폐는 실제 금액보다 5~1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지역 상품권이다. 김씨는 “치솟는 기름값이 부담인데 그나마 지역화폐는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어 지역화폐를 취급하는 주유소를 찾는 편”이라며 “요즘 지역화폐 취급 주유소를 찾는 차들이 부쩍 많아진 것 같다. 대기줄이 이전보다 길어졌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와 유튜브에는 무지출을 인증하는 글과 영상이 이어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짠테크’ ‘무지출’ 해시태그로 검색되는 게시물만 각각 4만5000여개, 2200여개에 달하고 유튜브에는 무지출하는 방법부터 절약 브이로그 등 절약법을 공유하는 영상이 쏟아진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인기있는 키워드로 ‘짠테크’가 올랐고, 재테크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무지출 0원 인증’글과 서로 응원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스티커 쇼크와 과잉대응’ 보고서를 통해 “6월 이후에도 물가 급등의 영향으로 경제고통지수가 높은 수준을 장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스티커 쇼크가 보복 소비 심리를 압도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6월 경제고통지수는 9.0을 기록,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달보다 2.9p 올랐다. 이와 관련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열린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10월 정도 가면 밥상물가, 장바구니 물가는 안정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