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해져 돌아온 바이러스…끝 안 보이는 ‘더블링’

더 강해져 돌아온 바이러스…끝 안 보이는 ‘더블링’

요양병원 128명 집단감염 사례도
“거리두기 못 하면 검사라도 늘려야…계절독감과 비교, 위험”

기사승인 2022-07-19 06:36:38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더블링’(전주 같은 요일 대비 확진자 수가 두배로 증가) 현상이 연속 15일째를 기록했다. 

18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만6299명이다. 전주(1만2693명)의 2배 이상이다. 재원중 위중증 환자는 81명, 사망자는 11명으로 누적 사망자 2만4753명(치명률 0.13%)이다. 월요일 기준 12주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전날에도 확진자 수는 4만342명으로 지난 4월24일(6만4696명) 이후 일요일 기준, 12주 만에 최고치로 집계됐다. 일요일 기준 확진자 수가 4만명을 넘은 것은 10주 만이다. 

확진자 급증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코로나19 오미크론 하위변이 BA.5가 우세종이 되면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오는 10월13일까지 3개월 연장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자체 집게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의 7일간 하루 평균 신규 코로나19 환자는 13만511명이다. 일본은 하루 확진자 수가 11만명대로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일본 내에서는 7차 유행이 본격화한 것으로 본다. 

전망은 밝지 않다. BA.5 확산에 여름철 이동량 증가, 실내 감염, 백신 3차 접종 면역 효과 감소가 얽힌 까닭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중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일명 ‘켄타우로스’(BA.2.75) 유입까지 국내에서 확인됐다. BA.2.75는 인도에서 지난 5월 26일 처음 발견된 BA.2 계통 변이다.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BA.2.75는 스파이크(돌기) 단백질 변이가 36개로 BA.2보다 8개로 더 많다. 바이러스가 더 효과적으로 체내 세포와 결합한다. 미국 아칸소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인도에서 BA.2.75 확산 속도는 BA.5보다 3.24배 빨랐다. 기존 변이와 형태가 다르고 전파 속도가 빠른 탓에 그리스 신화 속 반인반수(半人半獸) ‘켄타우로스’로 불린다. 특히 국내 첫 확진자가 해외여행 이력이 없어 이미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졌을 가능성이 높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최선화 연구원은 감염재생산지수가 지난 13일보다 30% 증가할 경우 하루 확진자 수가 2주 후인 오는 27일 8만1267명으로, 4주 후인 내달 10일에는 28만8546명까지 증가한다는 예상을 내놨다. 감염재생산지수가 현재 수치를 유지하는 경우에는 하루 신규 확진자 수를 각각 4만8410명, 10만5103명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내놓은 대응책은 4차 접종 확대다. 그동안 4차 접종은 60세 이상 고령층 등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50대 이상과 18세 이상 기저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백신 4차 접종은 이날부터 시작됐다. 또 전날 진행된 제2차 고위 당정협의에서는 확진자 30만명에 대비한 병상 4000개 추가 확보와 의료진을 1만명까지 확보할 수 있는 인건비 예산을 확보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고위험군 보호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요양병원, 시설 등 감염 취약시설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오미크론 유행이 끝나가던 지난달 요양병원, 시설 종사자와 입원, 입소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 횟수를 줄이고 대면 진료도 전면 허용하는 등 방역 조치를 완화했다. 감염 취약시설 방역조치를 다시 강화하는 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미 요양병원 내 집단감염은 시작됐다. 파주 한 요양병원에서는 지난 7일 간호사와 조리원 등 3명이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일주일 새 128명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됐다.
서울 중구 청계천 인근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벗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임형택 기자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5개월 전 오미크론 대유행을 다시 보는 듯하다. 당시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 여러 방역 조치가 있었음에도 확진자 62만명을 기록했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BA.5과 BA.2.75 등 바이러스는 더 강해져서 돌아왔는데 유행 증가세에 브레이크를 걸만한 대책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한마디로 ‘가드’를 내리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7말 8초에 국내 여행을 많이 갈 거고 4차 접종률은 지지부진하다”며 “거리두기는 민생에 타격을 줄 수 있으니 검사라도 확대해야 한다. 그런데 일요일에는 선별 진료소가 문을 닫고 생활지원금과 유급휴가비도 줄었다. 검사를 기피하게 만들어 더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방역 당국이 코로나19를 계절독감 수준으로 ‘프레이밍’(framing·틀짓기)하는 것을 가장 위험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계절독감 바이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엄연히 다르다. 코로나19는 계절독감에 비해 1년 사망자가 10배 이상”이라면서 “그런데 단기 치명률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코로나19를 계절독감에 비유하는 것은 정부가 방역조치에 손 놓는 것을 정당화하고 더 나아가 국민 경각심을 무장 해제시킨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4차 접종을 한 것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50대가 아닌 60대”라며 “60세 이상 4차 접종 시작한 지가 언제인데 취임 2달이 넘어서야 4차 접종을 하나. 이제 와서 접종 독려가 되겠나. 늦어도 너무 늦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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