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로 가입한 사내 테니스 동아리 활동에 푹 빠진 A씨는 매주 수요일 오후 4시가 기다려진다. 한참 일할 시간이지만 선택근무제가 도입되면서 퇴근 후 테니스를 즐길 수 있게 되서다. A씨는 월요일과 화요일에 1시간씩 더 일하는 것을 선택했다. A씨는 근무시간을 월 단위로 자유롭게 관리할 수 있어 워라밸과 업무 몰입도가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유통업계가 근무 장소와 시간을 직접 선택해 일할 수 있는 근로 시스템 혁신에 나섰다. 직원들과 기업은 자유로운 근로 형태가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개인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월 단위 총 근무시간 내에서 자율적으로 업무시간을 분배할 수 있는 선택근무제를 1일부터 시행한다. 업무상 상시 대응이 필요한 일부 직무를 제외한 국내 사무직 전원이 적용 대상이다.
하루 8시간, 월 22일 근무의 경우 월간 총 176시간 안에서는 출퇴근시간이나 주간 단위 총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회계결산 등으로 월말에 집중 야근이 필요하다면 그 기간에는 좀 더 일하고, 더 일한 시간만큼 다른 근무일에서 빼면 된다.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내년 1월부터 근무 장소와 시간을 구성원이 선택해서 일할 수 있도록 근로형태를 바꾼다. 기존 하루 7시간(월요일은 4시간), 주 32시간 근무 대신 월 단위 총량만 충족하면 자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다. 해외도 가능하다. 시차가 있을 경우 한국시간에 맞춰 근무하면 가능하다.
앞서 우아한형제들은 2015년 1월 국내 최초로 월요일 오후 1시에 출근하는 4.5일제를 도입했다. 2017년 3월에는 주 37.5시간에서 2시간30분을 단축한 주 35시간을 도입했고, 올해는 주 32시간제를 도입했다. 지난 6월부터는 주 1회 사무실 출근으로 변경했다.
티몬도 지난달부터 사무실 출근을 제한했다. 기존 800명가량을 수용했던 사옥은 150명만 수용할 수 있는 곳으로 이전했다. 또한 수도권 곳곳에도 거점오피스를 만들었다. 야놀자도 지난해 6월부터 따로 기한을 정해놓지 않고 상시 원격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직원들이 사무실, 재택근무, 거점오피스 중 선호하는 근무 장소를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했다.
당근마켓도 사무실 출근과 재택을 병행하면서 근무시간을 개인이 스스로 관리해나가는 방식을 도입했다. 업무 시작 시간을 오전 7시부터 11시 사이에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11시부터 오후 4시 사이를 ‘코어타임’으로 설정한 것이 특징이다.
근무지 자율선택제가 정착하면 근무지 제약이 완전히 사라지는 만큼 서울에 직장이 있지만 높은 집값 때문에 회사 인근에서 집을 구하는 게 부담이 됐던 젊은 부부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에서 출퇴근을 하는 신혼부부 A씨는 “매일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고 있다. 출근 시간에 이미 지쳐서 회사에 들어간다”며 “자율근무제 도입을 통해서 보다 효율적으로 시간 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회계 업무를 하는 직장인 B씨는 “월말이 되면 스트레스가 많아진다. 업무 특성상 월말에 일이 몰리게 되는데 며칠 동안 야근을 하며 업무를 마무리한 뒤에도 다른 부서 동료들과 똑같은 시간에 출근해야 해서다”라며 “선택근무제가 도입되면 상대적으로 업무의 여유가 있는 월초에는 여유를 챙기고 월말에 일을 몰아하는 근무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이같은 기업 문화가 신생기업들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에 대한 가능성을 봤고 이후 이에 대한 시스템이 보다 체계화해 도입되고 있다”며 “특히 MZ세대의 경우 급여만큼이나 근무 여건도 중요한 요소인 만큼 신생기업들 중심으로 이같은 복지가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