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지속에 ‘감기약 떨어질라’… 현장 상황은

팬데믹 지속에 ‘감기약 떨어질라’… 현장 상황은

기사승인 2022-08-06 07:00:01
서울 중구 서울역 임시선별진료소가 운영을 재개한 가운데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정부와 제약업계가 환절기를 앞두고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증가하는 가운데 ‘감기약 대란’이 재현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5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1만2901명으로 집계됐다. 10만7894명을 기록했던 전날보다 5000명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하루 신규 확진자는 앞서 2일부터 이날까지 4일 줄곧 10만명을 초과했다. 이날 신규 확진자 수는 1주일 전인 지난달 29일 확진자 8만5298명의 1.32배다. 2주일 전인 지난달 22일 6만8595명과 비교하면 1.64배 증가한 수준이다.

당분간 코로나19 확산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주 환자 발생이 직전주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의 증가 속도는 잦아들었지만, 여름휴가철이 도래해 이동량과 접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이달 말 확진자가 20만명 내외로 발생하며 확산세의 정점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점 이후 감소세가 나타난다고 해도, 겨울철 재유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감기 증상을 완화하는 일반의약품의 품귀현상에 대한 우려가 크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에만 40만명 이상 발생했던 지난 3월에는 진통·소염·해열제, 진해거담제 등의 일반의약품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약국에서 품절 현상이 잇따랐다. 당시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처장을 비롯한 의약품 관계 당국은 제약사들을 방문하며 행정지원에 나서고 증산을 독려했다. 

감기약 수급 상황 모니터링도 재개됐다. 식약처는 올해 3월부터 감기약 수급 현황 모니터링을 시작해 지난달 중단했으나, 이달 1일부터 모니터링을 재개했다. 격주로 지난 2주간의 해열제, 진통제, 진해거담제 등의 국내 생산·공급 실적을 보고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감기약 신속대응시스템’을 구축해 제약사, 약국, 유통사 간 부족한 감기약 품목과 재고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대응 체계도 마련했다.

제약업계는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감기약을 취급하는 제약사들은 수요의 증가폭을 예측하기 어려워 생산 설비를 빠듯하게 가동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타이레놀 대란’을 거치면서 상표가 다른 의약품도 성분이 같으면 동일한 효능을 지녔다는 사실에 대한 대중적 이해도가 높아져, 특정 제품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도 어느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 수준의 감기약 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중외제약 관계자는 “그동안 감기 치료와 관련된 일반의약품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세의 영향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량 증대 노력을 지속해 왔다”며 “식약처의 신속대응시스템을 활용해 재고 현황 공유가 용이해지면 업계 입장에서도 유용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업체들이 4월 이후 코로나19 유행이 잠잠했을 때 감기약 재고를 많이 비축해 두었을 것이므로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요가 증가하는 속도를 유통이 따라잡기만 한다면, 품절 현상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GC녹십자 관계자는 “감기약과 같은 제품은 백신과 달리 생산 공정이 복잡하지 않고, 생산량을 늘리기 비교적 어렵지 않다”며 “일정 수준의 재고를 들여놨는데, 갑작스럽게 수요가 폭증하면서 일시적으로 소매 단계에서 제품이 부족한 상황이 종종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이어 “유통의 속도가 수요 증가의 속도를 따라가기만 하면,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감기약의 주요 수요가 조제에서 매약으로 옮겨간 만큼, 업계도 이를 반영한 생산 계획을 유지할 전망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감기약 시장 상황에 대해 “이전에는 코로나19에 걸리면 처방약을 조제해 환자의 집으로 보내줬기 때문에 조제용 수량이 많았다”며 “요즘에는 감기기운이 있으면 대부분 약국에서 일반약을 사먹는 분위기다 보니, 일반약 수요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이 햇수로 2년 이상 오래 지속되다 보니, 기본적으로 집에서 감기약을 쟁여놓는 사람들도 늘었다”고 진단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