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e스포츠, 버그로 몸살… “AG 열렸다면… ” [게임로그인]

LoL e스포츠, 버그로 몸살… “AG 열렸다면… ” [게임로그인]

기사승인 2022-08-09 06:00:01

지난달 20일 담원 기아와 농심 레드포스의 LCK 경기에서 소환사 주문 관련 버그가 발생해 경기가 50분 동안 지연됐다. 경기 재개를 기다리는 팬들의 모습.   라이엇 게임즈

LoL e스포츠가 각종 버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각 지역 리그 곳곳에서 선수들이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 마련 없이 리그가 지속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오는 9월 말 열리는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경우, 치명적인 이미지 훼손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내부에서 나온다. 

최근 대회에서 자주 발생하는 버그는 ‘즉시 부활’이다. 사망 뒤 일정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우물에서 챔피언이 즉각 부활하는 것이다. 보통 부활을 하기까지 챔피언 레벨에 따라 적게는 수초 많게는 1분가량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경기 양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쉬이 넘길 수 없는 시스템 오류다. 

국내 리그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에선 지난 5일 부활 버그가 발생했다. 농심이 DRX를 상대로 한타 대승을 거뒀는데, 이 과정에서 사망한 ‘베릴’ 조건희의 ‘아무무’가 우물에서 즉시 살아나 경기가 중단됐다. 농심이 유리한 상황이었기에 ‘크로노브레이크(경기를 특정 시점으로 되돌리는 것)’를 실행하지 않고 경기를 강행했지만, 부활 시간만큼의 대기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는 점을 놓고 경기 후에도 적잖은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지난 5일 일본 LJL 리그에서 DFM이 크게 앞서다 부활 버그가 발생해 재경기가 치러졌다. DFM은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패했다.   중계화면 캡처


같은 날, 일본 리그인 LJL에서는 부활 버그로 재경기를 치르는 사태가 발생했다. 데토네이션 포커스미(DFM)는 선두 경쟁 상대인 센고쿠 게이밍에게 킬 스코어 9대 1, 글로벌 골드 8000 차이로 크게 앞서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 챔피언 ‘뽀삐’가 즉시 부활하면서 경기가 중단됐다. 주최 측은 크로노브레이크를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오류가 발생해 결국 밴픽 단계부터 게임을 새로 시작하는 재경기가 결정됐다. 공교롭게도 DFM은 기세를 이어나가지 못하고 패했다.  

버그 때문에 다 잡은 경기를 놓친 DFM으로선 억울한 상황. 이에 DFM의 미드라이너 ‘야하롱’ 이찬주는 경기 종료 후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LoL이 좋고 재밌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오늘 경기는 그저 한낱 리그 중 한 경기일 뿐이지만, 만약 롤드컵 결승 5세트였다면? 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운을 뗐다. “다른 스포츠, 축구에서 5대 0 정도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게임이 리셋된다면? 이게 과연 스포츠가 맞는 걸까”라고 반문한 그는 “라이엇 게임즈와 리그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다. 이대로 LoL e스포츠가 괜찮을까? 버그 발생 후 크로노 브레이크를 시도했으나 크로노 브레이크 버그로 게임 내용이 완전 바뀌어 재경기를 했다”고 성토했다. 

이찬주는 “버그 발생부터 크로노 브레이크 버그, 재경기 결정 후 어설픈 대처까지 2시간가량 지연됐다. 게이머에게나 시청자에게나 최악의 경기”라며 “나는 프로그램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이런 버그로 인해 게임이 초기화 되는 것은 최악의 경우이고 이런 상황에서는 e스포츠라고 불릴 자격이 없는 것은 확실히 안다”고 비판 강도를 높였다. 그는 조속한 문제 해결을 호소하며 글을 맺었다. 



DFM의 '야하롱' 이찬주가 라이엇 게임즈를 향한 성토를 쏟아냈다.   이찬주 트위터

주최사인 라이엇 게임즈를 향한 선수들의 성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3일엔 LoL e스포츠의 상징적인 선수인 ‘페이커’ 이상혁이 쓴소리를 뱉어 눈길을 모았다.

T1과 한화생명 e스포츠의 맞대결이 열린 이날은 강타 쿨타임 버그가 발생했다. T1 정글러 ‘오너’ 문현준이 사용한 소환사 주문 ‘강타’의 대기 시간이 바로 초기화됐고, 뒤늦게야 이를 인지한 심판진이 크로노브레이크를 결정하면서 T1이 올린 득점이 전부 무효화됐다. 경기는 T1의 승리로 끝났지만, 승패가 뒤바뀌었다면 더 큰 논란으로 번질 수 있었다.

경기 후 이상혁은 “우리가 5킬을 선취했는데, 사유가 어떻든 재경기를 하게 된 점이 굉장히, e스포츠 선수로서도 그렇지만 팬분들이 보시기에 너무나 e스포츠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결과라 생각해 많이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프로 선수로서 불편한 부분이 있었는데 해결해주지 않는 부분도 유감스럽고, 오늘 경기로 인해 많이 실망했다. 이런 부분을 e스포츠 팬들이나 (e스포츠) 발전을 위해 빨리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과거에도 각종 버그로 몸살을 앓았던 LoL이지만, 최근엔 그 빈도가 잦아지고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선수와 팬들의 불편함은 날을 거듭할수록 가중되는데, 개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특히 룬이나 강타 버그 등은 LoL e스포츠 출범 초창기부터 꾸준히 문제가 된 부분이다. 당시보다 LoL의 위상은 높아졌는데 게임 품질은 되려 악화되고 있다.
올해 초 발표됐던 아시안게임 LoL e스포츠 선수 예비 명단.   한국e스포츠협회

관계자들 사이에선 당초 9월 열릴 예정이었던 아시안게임이 무기한 연기된 것이 라이엇에겐 ‘천운’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까지 나온다. LoL e스포츠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바 있다. 한 관계자는 “메달이 걸린 경기에서 버그라도 발생했다면 전 세계에 웃음거리가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발생하는 버그들은 게임 클라이언트, 대회 서버 등 복합적인 문제들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LCK 등 지역 대회 주최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아니다. 긴 시간 본사 차원의 대대적인 자원과 인력 투입이 필요한 무거운 과제다. 

그러나 라이엇 게임즈는 최근 버그로 인해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발로란트’ 등 다양한 장르 게임으로 e스포츠 저변을 넓히려는 시도는 좋지만, ‘기본’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근본적인 문제를 당장 고칠 수 없다면 구체적이고 정확한 매뉴얼 수립을 통해 경기 지연을 최대한 줄이고, 피해 구단이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 LoL e스포츠 최대 규모의 축제인 롤드컵이 논란으로 얼룩진 다음에야 손을 써서는 돌이키기 힘들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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