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금 9000만원 들인 교육 게임, 다운로드는 100건... 실효성 '꽝'?

[단독] 세금 9000만원 들인 교육 게임, 다운로드는 100건... 실효성 '꽝'?

청렴 연수원이 만든 ‘청렴 어드벤처’, 예산 낭비 지적
9000만원 들었지만, 두 달동안 구글 다운로드는 100여건
연수원 “비판 수용하지만…과도한 지적 아쉬워”

기사승인 2022-08-12 06:01:01

 

'청렴 어드벤처' 게임 화면 캡처.   사진=강한결 기자

어린이들의 청렴 교육을 위해 제작된 에듀게임 ‘청렴 어드벤처’가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9000만원 가량의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됐지만, 교육 효과가 미비해 탁상 행정으로 인한 예산 낭비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청렴 어드벤처에 대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공공기관에서 나서서 만든 게임치고 지나치게 품질이 나쁘다는 점과 게임 제작을 위해 적지않은 규모의 예산이 투입됐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해당 글을 본 이용자들은 “투입 예산 대비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면서 “교육 목적으로도 실효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나라장터에 오른 청렴 어드벤처 제작 공고.   나라장터 홈페이지 화면 캡처

논란이 된 청렴 어드벤처는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기관 청렴연수원이 제작한 교육용 게임이다. 10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청렴연수원은 지난해 4월 27일부터 5월 12일까지 나라장터에 모바일 기반 청렴 에듀게임 개발 업체 선정 용역입찰 공고를 제출했다. 해당 사업은 국민참여예산으로 진행됐고, 1억원의 금액이 배정됐다.

공고 기간동안 총 세 회사가 지원서를 제출했는데, 2012년 창립한 대전 소재의 중소 게임개발사 엔큐브(Ncube)가 최종 선정됐다. 엔큐브의 대표작으로는 2018년 출시한 방치형 클리커 장르의 ‘이세계 PC방’ 등이 있다. 나머지 두 업체는 각각 협상평가부적격, 서류미제출로 인해 공고에서 탈락했다. 연수원 관계자는 “실제로는 엔큐브와 8998만원 규모로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실효성 부족과 낮은 퀄리티로 예산 낭비 논란에 휘말린 '청렴 어드벤처'.   사진=강한결 기자

대략 1년여의 개발기간을 거친 이 게임은 지난 6월 10일 구글 앱마켓 구글플레이에 정식으로 등록됐다. 권익위는 자체 유튜브 채널과 보도자료, 홈페이지 배너를 통해 청렴 어드벤처를 홍보하고 있지만, 반응은 미적지근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플레이에 따르면 청렴 어드벤처의 다운로드 횟수는 50회 남짓에 불과하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공고를 낸 원청(연수원) 측이 게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사업을 진행한 것 같다”면서 “교육적으로도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청렴 어드벤처는 저학년(1~3학년)용 ‘아기사자의 발도장’과 고학년(4~6학년)용 ‘청렴의 용사’ 두 파트를 플레이하면서 공정,책임, 약속, 절제, 정직, 배려 등 청렴의 6가지 덕목을 학습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게임은 두 파트 모두 방향패드를 이용해 이동하고, NPC와의 대화에서 청렴과 관련된 답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인물들의 대사가 작위적이고, 진행 방식이 단조로워 재미를 느끼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 중소게임사에서 기획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연수원이 업체 선정 과정에서 미숙함을 보였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완성도가 낮으면 에듀 게임으로써도 실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게임의 강점을 교육에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재미가 있어야하는데, 청렴 어드벤처는 냉정히 말해 재미요소가 부족하고 퀄리티도 낮다”고 꼬집었다.

다른 중소게임사의 한 개발자는 “예산 수준은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다. 아마 예산의 대부분이 인건비로 소모됐을 것”이라면서도 “퀄리티가 낮은 부분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현장에서 어린이들과 소통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는 “종종 초빙강사 분들이 게임을 매개로 교육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생각보다 게임을 사용한다 해서 몰입도가 드라마틱하게 올라가는 것은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다들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녀서 게임을 많이 접한다”면서 “아무리 공익적인 측면이고 좋은 의도라도 재미가 없으면 아이들이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게임산업 전반에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2000~2010년 무렵 다양한 분야에 게임 형식을 적용한 게이미피게이션(Gamification) 마케팅이 유행했고, 교육에도 해당요소를 적용하는 시도가 이어졌다”면서 “하지만 교육을 위한 게임은 대부분이 재미요소가 결여돼있고,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항해시대’나 ‘어쌔신 크리드’ 같은 게임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당시의 역사를 배울 수 있다”며 “게임이 잘 만들어졌고, 재밌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이 관계자는 “아직도 게임을 통한 교육이 효율적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공공기관이 많다”면서 “기업은 교육용 게임의 흥행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조금과 지원금을 위해 제작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7일 공주 반포초등학교 3~6학년 학생 43명을 대상으로 청렴 어드벤처를 이용한 ‘청렴체험교실’을 운영한 청렴 연수원.   국민권익위원회

연수원 측은 비판 여론에 당황하면서도,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연수원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청렴 어드벤처는 일선 현장에서 청렴 교육을 위한 매개체로 잘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0일 기준 정확한 다운로드 수는 105건”이라며 “지난달에는 공주 반포초등학교 3~6학년 학생 43명을 대상으로 청렴 어드벤처를 이용한 ‘청렴체험교실’을 운영하는 등 오프라인 교육 등에서 잘 사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청렴 어드벤처를 개발했으니, 나중에도 꾸준히 이제 활용도를 높여갈 계획”이라면서 “매년 진행하는 ‘찾아가는 청년 교실’ 같은 프로그램에서 청렴 어드벤처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직접 다운로드 수가 적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다”며 “부족한 인력과 예산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학생들을 교육을 하려고 하는데 비판이 과도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간 작품의 퀄리티가 낮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최대한 겸허하게 수용하려 한다”며 “앞으로 저희가 어떤 콘텐츠를 만들 때 더욱 퀄리티를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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