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중증 지표 ‘빨간불’…“악몽 재현될라” 유가족 눈물

위중증 지표 ‘빨간불’…“악몽 재현될라” 유가족 눈물

고위험군 전화 모니터링 중단에…“셀프 치료하란 말인가”
“치료비 부담에 위중증 병상 입원 꺼려”

기사승인 2022-08-11 16:59:52
코로나19위중증피해환자보호자모임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중증 환자 및 사망자 증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김은빈 기자

“몇 명이 더 죽어야 합니까. 지난 대유행 당시 유가족들은 악몽 같은 일을 겪었습니다. 지금의 상황을 보고 있자니 재택치료가 아닌 ‘재택방치’를 해서 고위험군을 위중증으로 악화시키고, 병상이 없어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돌아야 했던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위중증 피해 사망 유가족 김누리씨가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을 찾아 눈물로 호소했다. 지금의 방역정책으로는 고위험군 위중증화를 막기 역부족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코로나19 위중증‧사망 지표는 연일 악화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1일 0시 기준 위중증 환자 수는 전일보다 16명 늘어난 418명이다. 이는 지난 5월9일(421명) 이후 94일만에 최다다. 일일 사망자도 전일보다 9명 증가한 59명으로, 지난 5월22일(54명) 이후 81일만에 가장 많았다.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1일 1회 시행했던 건강 전화 모니터링 중단으로 위중증·사망자 숫자가 증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높다. 정부는 지난 1일 전화 모니터링을 더이상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치료 인프라가 갖춰졌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두고 코로나19 위중증피해환자모임은 정부가 사실상 환자를 방치하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위중증 환자의 수와 사망자 수는 매일 늘어나고 있다. 고위험군 대상 집중관리제도를 정부가 슬쩍 없애버렸기 때문”이라며 “고위험군을 ‘셀프치료’하라며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의 코로나19 재유행 확산세를 보면 빠른 시일 내로 위중증 환자 수와 사망자 수는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의료인력과 병상 수를 늘리고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고위험군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 접근이 어려운 고령층은 위중증으로 전환될 때까지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코로나19위중증피해환자보호자모임의 조수진씨는 “위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는 정보도 부족하다. 고령의 어르신들은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방역정책이 지난 정부와 다를 바 없다고도 질타했다. 조씨는 “코로나19 3년 차인데 국가적 재난 대응 체계는 여전히 오작동이고 위중증 환자 대책은 달라진 것이 없다”며 “과학방역이라며 그럴싸한 언어적 포장만 할 뿐 실상은 기존보다 못 미치는 수준이다. 위중증 피해로 갈 가능성이 높은데도 고위험군 모니터링을 없애버린 것이 ‘표적방역’인가”라고 꼬집었다.

의료현장에서도 병상 부족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현재 위중증 병상 가동률은 38.8%다. 다만 10일 0시 기준 세종의 경우 중증 병상 6개 중 5개가 차 1개 만 남았고  전라남도의 경우도 15개 중 13개가 가동 중으로 2개만이 남았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팀장은 “정부는 위중증 병상 가동률이 낮으니 안심하라고 말한다. 이는 격리 기간이 지나면 치료비 지원이 전혀 없어 정맥주사제제와 호흡보조치료 등 입원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치료비 걱정 때문에 입원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병상들이 비어있는 것은 자랑이 아니라 정부가 책임을 외면한 결과일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소속 김민정 간호사도 “재유행 조짐이 보이자 병상과 인력을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병상은 그냥 행정명령을 내리는 것이고 인력은 지금껏 계속 해오던 파견인력 뿐이었다”며 “감염병동 인력기준이 전혀 지켜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많은 수의 감염자가 나오는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국가는 하고 있나”라고 반문하며 “적어도 적정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사람이 없도록 급하면 마구잡이로 갖다 쓰는 것이 아닌 중증 감염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상과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 위중증피해환자모임은 입장문을 통해 “우리가 가장 바라는 것은 위중증 환자를 제때, 제대로 치료할 대응 채비를 철저히 갖추는 것이다. 또 위중증 환자가 비용 걱정 없이 온전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격리기간으로 제한을 두지 말고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는 것”이라며 “감염자 및 위중증 환자에 대한 국가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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