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강도 높게 비판한 ‘눈물의 기자회견’을 두고 당내에서 상반된 반응이 터져나왔다.
이 전 대표는 13일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후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해 “저에 대해 ‘이XX, 저XX’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당대표로서 열심히 뛰어야 했다”면서 “하지만 저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참을 인’ 자를 새기면서 웃고 또 웃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또한 “돌이켜 보면 양의 머리를 흔들면서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고 가장 잘 팔았던 사람은 바로 저였다”고 비꼬았다.
이를 두고 당내 중진 의원들은 여권의 내홍으로 번질까 우려하며 자중하라는 경고를 보냈다.
나경원 전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의 기자회견은 지나쳐도 많이 지나쳤다”면서 “이 전 대표는 더 이상 청년 정치인이 아니라 노회한 정치꾼의 길을 가고 있음을 확신했다. 영민한 머리, 현란한 논리와 말솜씨를 바르게 쓴다면 큰 정치인이 될 수 있을 텐데 하는 조그만 기대도 이제는 접어야 할 것 같다”며 혹평했다.
당원권 정지 징계의 단초가 된 건 본인의 성비위 사건에 있음을 분명히 해뒀다. 나 전 의원은 “본인의 성비위 사건에 관해 최측근이 7억원 투자 각서를 써주었다면 그 진실에 대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것 아닌가. 형사 유‧무죄를 따지기 전에 스스로 반성하고 잠시 물러나야 하는 것이 도리이자 염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더 이상 국정 동력을 떨어뜨려 대한민국 정상화를 방해하지 말 것을 이 전 대표에게 권유한다”며 “눈물팔이로 본인의 정치사법적 위기를 극복하려 하지 말고, 여권에 분란을 만들지 말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왜 그런 욕을 먹었는지도 생각해봤으면”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홍 시장은 13일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꿈’에 올라온 “이 대표가 대통령에게 욕을 먹으면서 대표직을 했었다고 한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또한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을 보고’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답답한 심정은 잘 안다. 억울한 심정도 잘 안다. 그러나 좀 더 성숙하고 좀 더 내공이 깊어졌으면 한다”면서 “조직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독선에 휩싸이게 된다. 부디 자중자애 하고 좀더 성숙해서 돌아오라”고 조언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도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당대표였던 분의 입에서 자당 대통령 후보를 개고기에 빗대는 건 결코 해서는 안 될 망언”이라며 “윤 대통령이 비록 정치에 미숙함은 있을지 모르나 국가와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고 결코 개고기 비유로 비하될 분이 아니다”라고 맹비난했다.
또한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본인의 일로 윤리위 징계가 있었다. 왜 그에 대한 말씀은 없나”라고 쏘아붙였다.
반면 당내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은 ‘지원사격’에 나섰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그럼에도 우리는 전진할 것이다. 자랑스럽고 짠한 국민의힘 우리 대표”라는 글을 올렸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이 대표는 권위주의적 권력구조에 기생하는 여의도의 기성 정치권을 정밀폭격했다”면서 “이준석은 여의도에 먼저 온 미래”라며 치켜세웠다.
이와 관련 야권은 윤 대통령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잔인한 것이 정치라지만, 만약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배은망덕한 대통령을 모시고 있구나 한탄하게 된다”고 질타했다. 이날 충남 공주시 충청남도교통연수원서 열린 민주당 충남지역 합동연설회 인사말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