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한달 여 앞두고 서울·충청 등 중부권에 집중호우로 농축산물 가격이 평년보다 치솟고 있다. 유통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태풍까지 올 경우 농축산물 가격은 지금보다 더욱 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농작물 침수 피해 규모는 1852.5핵타르(ha)다. 이중 충남이 1117.3ha로 피해가 가장 컸다.
피해 규모는 충남이 여의도 면적(290ha)의 3.8배를 웃돌았다. 전국적으로는 여의도의 6.4배다. 강원(305ha), 전북(148.9ha), 경기(153ha), 충북(77.4ha) 등에서도 농작물 피해 규모가 늘었다. 가축 폐사는 10만1880마리로, 충남(6만8328마리)과 경기(3만3302마리)에 집중됐다.
실제 이번 폭우로 공급량이 줄면서 파프리카 등 일부 채소의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파프리카(200g) 소매가격은 지난 12일 기준 2110원으로 10일 전의 1400원보다 50.7% 올랐다. 파프리카 가격은 40일 전 1280원, 30일 전 1386원, 20일 전 1313원 등으로 소폭 상승하다가 폭우 이후 급등했다.
고랭지 무와 배추, 대파 가격도 들썩인다. 고랭지 배추 가격은 포기당 6865원으로 1년 전 4466원보다 53.7%, 고랭지 무는 3118원으로 1년 전 2181원보다 42.9% 올랐다. 대파의 가격(1kg 기준)도 3287원으로 10일 전 3065원보다 7.2%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40%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정부는 농약비와 영양제 지원 등을 실시하고 집중호우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추석 명절을 위해 역대 최대 수준인 650억원 규모의 농·축·수산물 할인쿠폰을 제공하고 체감 물가를 낮춘다는 전략도 세웠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추석을 3주 가량 앞둔 상황에서 벌써부터 고민이 크다. 태풍까지 겹치면 농산물 등 가격은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큰 폭 뛸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포구의 한 시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는 “좋은 품질의 채소, 과일을 얻으려면 사계절별 일정한 기후가 지속돼야 한다”면서 “요즘처럼 폭우와 폭염이 반복될 경우 짓무름과 병충해가 생길 수 있어서 아무래도 최종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가뜩이나 물가가 너무 오른 상황인데 폭우, 폭염 피해까지 더해지다 보니 모든 채소값이 더욱 비싸졌다”며 “특히 시장을 방문해보면 체감이 확 된다. 1년 새 채소값이 그야말로 급등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비교적 비 피해가 적은 경상, 전라권에서 채소와 과일 물량을 끌어올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예고에 없던 폭우가 쏟아졌을 뿐 아직 태풍 시즌이 오지 않았다”며 “현재 폭염과 폭우로 인해 채소와 과일 가격이 들쭉날쭉한데 태풍까지 겹치면 가격은 더욱 뛸 수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올해는 추석도 예년보다 빨라서 시장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고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농산물 가격 상승폭은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