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는 왜 원유값을 올렸을까

서울우유는 왜 원유값을 올렸을까

농식품부·낙농협회, 우유가격 협상 '난항'
음용유·가공유 구분 '차등가격제' 갈등 불씨
서울우유 원유가격 인상에 '밀크플레이션' 우려

기사승인 2022-08-20 06:30:07
안세진 기자

정부가 국내 낙농가 및 우유업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추진 중인 차등가격제를 두고 촉발된 낙농가와의 갈등이 1년째 계속되고 있다. 차등가격제는 흰 우유용 원유와 가공용 원유에 다른 값을 매기는 것이 골자다. 국산 유제품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공용 원유는 흰 우유용 원유보다 싼 가격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자체적으로 유제품 원료인 원유 도매 단가를 인상하면서 이른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논란이 시작됐다.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이번 인상으로 인해 서울우유 흰 우유 가격(1L)은 최대 600원까지 오를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서울우유의 원유가격 인상이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봤다. 서울우유는 일반 기업과는 다르게 협동조합 체제인 만큼 내부 자금을 이용해 원유 가격 인상을 충당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안세진 기자

사건의 발단, '차등가격제'

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우리나라 우유 소비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01년 1인당 36.5㎏에서 지난해 32.0㎏ 소비로 줄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축산농가의 원유 생산량은 2014년 221만t에서 지난해 203만t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국내산 유제품에 대한 원유 자급률은 2014년 61%에서 지난해 46%로 떨어졌다.

하지만 동시에 치즈 등 유가공품을 포함한 전체 유제품 소비는 같은 기간 63.9㎏에서 86.1㎏으로 약 35% 증가했다. 이같은 소비 확대분은 주로 수입 원유로 충당되고 있다. 국내 원유 생산은 20년 새 234만t에서 203만t으로 생산이 줄었지만, 수입 원유는 같은 기간 65만t에서 251만t으로 늘었다. 수입 원유 가격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차등가격제를 도입해 우유 자급률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차등가격제는 흰 우유용 원유와 가공용 원유에 각각 다른 값을 매기는 것이 골자다. 국산 유제품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공용 원유는 흰 우유용 원유보다 싼 가격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제도 개편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낙농협회는 여전히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새 원유 가격이 적용되는 8월1일에도 협상에 진척은 없었다. 낙농협회는 차등가격제가 농가의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원유 생산비의 55%를 차지하는 사료가격이 10년째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면 생산비 상승분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는 것.

안세진 기자

밀크플레이션 논란

이같은 줄다리기 속에서 유업계는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매일유업, 남양유업, 빙그레 등 유업계는 대부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 1위 서울우유협동조합(서울우유)는 낙농가의 편에 섰다. 서울우유 자체가 조합원들이 협동해 출자한 이용자 소유기업인 만큼, 조합원의 생산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우유는 축산농가에 월 30억원 규모의 ‘목장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목장경영안정자금은 서울우유에 원유를 공급하는 낙농가에 지급하는 원유가격을 L당 58원 높이는 데 투입된다. 

이같은 서울우유의 행보는 ‘밀크플레이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울우유가 목장경영안정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해석이다. 실제 지난해 원유 1L당 21원이 올랐을 때 서울우유를 비롯한 유업체들은 평균 5.4% 가격을 올렸다. 이에 따르면 이번 58원 인상의 경우 최소 400원에서 최대 600원 가량 가격이 오를 수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서울우유 측에서 “소비자 가격 인상에 대해선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힌 만큼 원유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기업인만큼 목장경영안정자금 마련을 소비자 가격 인상을 통해서가 아닌, 내부 자금으로 돌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 형태인 만큼 내부 운영 자금 중 일부를 목장경영안정자금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결국 서울우유도 정부나 소비자 눈치를 봐야 하는 만큼 가격인상을 단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만에 하나 올리더라도 그 외 다른 기업들은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는 쪽이 많은 만큼 가격을 따라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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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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