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사과' 공지에 '지루하다고?'…늘어가는 21세기 문맹

'심심한 사과' 공지에 '지루하다고?'…늘어가는 21세기 문맹

일부 누리꾼들, ‘심심하다’를 ‘지루하다’로 잘못 이해
트위터 실시간 검색어까지 올라…‘21세기 문맹’ 논란

기사승인 2022-08-21 11:52:43
사진=트위터 캡쳐

‘21세기 문맹’ 논란이 일고 있다.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다’는 의미의 ‘심심한’ 표현을 두고 일부 누리꾼들이 이를 ‘지루하다’는 뜻으로 잘못 이해하고 상대방을 비난하면서 무지에서 비롯된 혐오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0일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는 ‘심심한 사과’가 검색어로 올라왔다. 이는 웹툰 작가 사인회가 예정됐던 서울의 한 콜라보 카페 측이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며 올린 사과문이 발단이 됐다. 이날 카페 측은 작가 사인회 예약 과정에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예약 과정 중 불편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라고 전했다.

이후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은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심심한 사과? 난 하나도 안 심심하다. 너희 대응이 재밌다”, “앞으로 공지글은 생각 있는 사람이 올려라”, “꼭 ‘심심한’이라고 적었어야 했냐” 등의 트윗을 남기며 해당 카페 측을 비난했다.

카페 측이 사과문에 사용한 ‘심심(甚深)하다’라는 단어는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의미인데, 일부 누리꾼들은 이를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뜻의 동음이의어로 잘못 이해한 것.

이같은 사건은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실제로 2020년 8월엔 ‘사흘’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정부가 8월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15일~17일까지 연휴가 생겼는데, ‘사흘 연휴’란 기사가 쏟아지자 “3일인데 왜 4흘이라고 하느냐”는 식의 질문이 잇따랐다. 

또 ‘금일’의 뜻을 ‘금요일’로 알아듣고 대학 교수에게 불만을 제기한 학생 일화도 온라인상에서 화제였다.

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읽은 문장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실질 문맹률은 무려 75%에 달한다. 10명 중 7명은 글을 읽고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잘못된 이해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혐오하는 일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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