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위중증·사망자 지표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이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위중증 병상가동률이 80%를 넘어선 곳도 있어 ‘병상 대란’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위중증 환자 수는 전날 대비 20명 늘어난 551명을 기록했다. 지난 일주일간 하루 위중증 환자 수는 563명→469명→470명→492명→511명으로 400~500명대를 유지했다. 사망자 수도 이날 기준 65명이 추가돼 누적 2만6109명을 기록했다.
최근 코로나19 재유행 여파로 위중증‧사망자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선 ‘병상 부족’이 현실화된 곳이 나타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병상가동률이 70%를 넘어서면 병상 운용에 차질이 발생하기 시작한다고 보고 있다. 강원, 광주 등 병상가동률이 80%를 넘어선 지역도 나오는 상황이다.
위중증 및 중등증병상가동률은 크게 상승하고 있다. 21일 오후 5시 기준 코로나19 병상 보유량은 전체 7373병상이다. 병상가동률은 위중증병상 47.0%, 준중증병상 60.7%, 중등증병상 46.1%이다.
가동률이 평균적으로 50%대 수준이지만 일부 지역에선 병상가동률이 크게 높아졌다. 강원도는 위중증 병상 46개 중 38개를 사용해 가동률이 82% 수준이다. 이는 전국 평균(47%)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경상북도도 31개 중 20개를 사용해 가동률이 60%를 넘어섰다. 부산(63개 중 39개), 광주(44개 중 27개) 역시 60% 수준의 병상이 이미 찼다.
준중증 병상은 세종의 경우 5개 병상 중 사용 가능한 병상이 1개에 불과했다. 광주도 58개 중 49개를 사용해 가동률이 84%에 달했다. 수도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경기(1088개 중 788개), 서울(402개 중 286개)도 가동률이 70%를 넘어섰다.
전문가는 현재 일부 지역의 병상가동률이 ‘포화 상태’라고 평가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상가동률 80%라는 수치는 100% 찼다고 보면 된다”면서 “아무래도 강원도는 대학병원이 적고 병상 여유가 없다 보니 유행이 커지면 응급상황 대처가 어렵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때부터 미리 대비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가 병상 확보와 더불어 고위험군 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고령층은 확진 후 위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의료진이 현장에서 입원 여부, 팍스로비드 처방 여부 등을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우주 교수는 “60세 이상은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으면 의무적으로 원스톱 진료를 받고 입원 여부, 팍스로비드 처방 여부 등을 현장 의료진이 의무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경증 환자가 위중증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주가 정점이어서 환자가 더 늘지 않는다면 병상 부족으로 인한 위기 발생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다만 지역별 편차가 있는 점과 장기적 대응을 고려하면 의료기관이 일반 격리병상에 적극적으로 환자를 수용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정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