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선정해달라”… ‘금품 건넨’ 롯데건설, 1심서 벌금형

“시공사 선정해달라”… ‘금품 건넨’ 롯데건설, 1심서 벌금형

기사승인 2022-08-24 17:14:04

롯데건설이 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24일 도시정비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롯데건설 법인에 벌금 7000만원을 선고했다. 롯데건설 홍보 용역 책임자는 징역 1년 6개월, 다른 직원 등 관계자 13명은 벌금 500만원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에 이르는 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2017년 8월∼10월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 아파트 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조합원들에게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달라’라는 취지로 총 225회에 걸쳐 5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해 서초구 신반포15차 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도 조합원들에게 354회에 걸쳐 1억3000만원 상당의 금품·향응 등을 제공한 혐의도 받는다. 다만 롯데건설은 신반포15차 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공사로 선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금품이나 향응 등을 제공하는 행위는 자유경쟁을 통해 공정하게 이뤄져야 할 선정 과정을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입찰에 참여한 다른 건설사의 입찰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청렴하게 공정히 업무를 처리해야 함에도 금품을 제공받으면서 직무수행 공정성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제공하거나 제공하려 한 금품이 통상적인 범위를 크게 벗어났고 그 규모도 상당히 크다”며 “들어간 비용은 결국 공사비에 반영돼 조합원과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죄질이 무겁고 죄책도 크다”고 했다. 

업계에선 롯데건설과 같은 사례가 만연하다고 꼬집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등 개발사업의 경우 전체 사업비 10%가 광고 및 마케팅 비용으로 책정된다”며 “이 같은 막대한 비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로비활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을 위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정부가 ‘재건축 규제완화’를 통한 주택공급을 선언한 만큼 관련 비리로 인해 공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감시 기능을 강화해야한다는 것.

‘특사경 제도’가 주요 대책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지난 6월 재건축 조합비리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특사경 제도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사경 제도는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에 정해진 사람이 대상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권을 갖는다.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 4~9급 공무원은 부동산 관련 불법행위를 수사할 수 있다.

현재 서울시는 특사경을 두고 있지만 국토부는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이 정규조직이 되면서 임시조직에 있었던 특사경을 없앴다. 서울시는 특사경 수사 범위가 넓어지면 조합 비리에 대한 신속한 수사가 가능해 정비사업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선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해 지난 3월 법무부에 사법경찰직무법 개정 건의를 요청한 상황이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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