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부터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주가의 3분의 1 가격으로 거래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6시28분 기준(한국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4.87달러(1.61%)오른 301달러에 거래됐다.
테스라는 지난 4일 주주총회에서 3대 1 비율로 주식 분할을 의결했다. 기존 주식 1주가 3주로 쪼개지면서 보통주 주식 수는 3배 늘어난 40억주로 불어났다. 주가도 3분의1 토막으로 내려간다. 테슬라는 분할 비율을 반영해 1주당 297달러 가격에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 2020년 5대1 비율로 주식분할을 단행했던 테슬라는 개인투자자들의 유입을 늘리기 위해 주식분할을 실시했다. 실제 지난달 월가 예상보다 양호한 2분기 실적을 발표한 테슬라 주가는 그다음 날 10%나 급등했다. 이후 주식분할에 대한 기대감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탔다.
이미 발행된 주식을 쪼개 지분 비율에 따라 분배하는 주식분할은 상승 호재로 작용한다. 실제 다우존스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작년까지 주식분할을 실시했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지수 편입 기업들은 그 해 주가가 평균 12% 올랐다.
기존 테슬라 투자자들은 주식분할이 발효됨에 따라 보유 주식 1주당 추가로 2주를 받게 된다. 예컨대 테슬라 10주를 가진 투자자는 보유 주식이 3배인 30주로 늘어나게 된다.
포브스는 “주식 분할은 회사의 시장 가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할 수 있는 가격대로 주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단기적인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개인투자자 비중 많아…효과 클 것
특히 테슬라는 기관투자가 대비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보유 비중이 높아 주가 상승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 주식 비율은 44.39%로 엔비디아 65.53%, 애플 59.71%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전 세계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은 전체의 14.5%로,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일론 머스크의 14.8%에 맞먹는다. 이중 한국 개인투자자가 테슬라 주식을 150억달러(약20조원)어치 넘게 보유하고 있다.
최근 발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수혜 기대감도 테슬라 주가에 호재다. IRA에는 새로운 전기차 구매자들에게 최대 7500달러에 이르는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에서 제조되지 않거나 중국산 광물·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에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
토니 새코나기 번스타인 애널리스트까지도 이날 보고서에서 “테슬라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의 완성차업체들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 테슬라의 제품 라인업 중에서도 ‘모델Y’와 ‘세미 트럭’ 등이 가장 큰 세제 혜택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액면분할 효과는 ‘잠깐’… 전기차 경쟁⋅트위터 인수 등 변수 있어
다만 이벤트 효과가 길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테슬라의 펀더멘털에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8월 31일 테슬라가 5대1로 주식을 분할했을 때에도 주가가 부양되는 효과는 거의 없었다. 애초 주식분할 승인이 공개된 이후 주가가 13% 뛰었고 실제 분할이 적용될 때까지 60% 올랐지만 분할 적용 이후에는 3주간 주가가 24% 하락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 인수를 둘러싸고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 조치와 높은 원자재 비용, 글로벌 공급망 차질 속에서 전기차 시장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리비안이나 루시드 같은 신생 자동차 제조사뿐만 아니라 포드나 GM처럼 전통 자동차 회사들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중국 업체도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고성장하고 있다. BYD는 올 상반기에 중국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4% 급증한 64만1350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테슬라의 중국 내 판매량 56만4743대를 앞섰다.
애플도 애플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전기차 개발을 시작한 애플은 2025년 출시를 목표로 탑승자들이 마주 보고 앉는 형태의 전기차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트위터 간에 인수합병(M&A) 무산을 둘러싼 법적 분쟁도 변수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4월 SNS업체인 트위터를 38%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44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머스크는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테슬라 주식을 85억달러 어치 팔아치우기도 했다. 당시 주가는 4월 1일 이후 두 달 만에 30% 이상 하락했다.
지난달 8일 머스크는 돌연 트위터의 가짜 계정을 문제 삼으며 계약 파기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일방적 계약 파기에 따른 법적 분쟁이 진행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테슬라 주식 792만4107주를 팔았다. 전체 매각 규모는 68억8000만달러에 달한다. 그는 매각 사유에 대해 “트위터 인수 계약이 강제될 경우와 인수 파트너들이 딜에 참여하지 않을 때 대비해 미리 현금을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기업 내부자가 주식을 파는 것은 향후 주가가 조정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머스크 CEO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에도 테슬라 주식을 대량 매도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세금 납부를 위해 1570만 주를 팔아치웠고, 지난 4월에는 트위터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965만 주를 매각했다. 2020년 말 18%였던 머스크 CEO의 테슬라 지분율은 현재 15%로 줄었다. 지난 두 차례의 매각 시기에 테슬라 주가는 단기 반등 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강재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테슬라의 높은 매출 성장성, 이익 개선세, 재무 안전성 등 긍정적으로 볼 만한 지점은 많지만, CEO의 주식 매도가 이뤄진 직후인 지금은 테슬라를 매수할 좋은 타이밍이 아니다”고 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