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재부, 예산 편성권 이용 일상적 갑질...공문 절차 없이 자료 요구

[단독] 기재부, 예산 편성권 이용 일상적 갑질...공문 절차 없이 자료 요구

김한규 의원 “현재 시스템으론 누가 왜 요구했는지 알 길 없어”
정부 정책 비판한 연구기관에 공문 절차 없이 예산 자료 요구

기사승인 2022-08-29 16:01:37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획재정부(기재부)가 정부 정책을 비판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예산과 과제집행 내역 일체를 요구해 논란이 발생했다. 해당 내역은 공문 절차를 밟지 않고 기록이 남지 않는 이메일과 유선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록이 남지 않는 자료요청으로 연구기관에게 외부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다.

29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A 연구위원은 지난 5일 경향신문 칼럼을 통해 새 정부의 새제 개편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해당 칼럼이 보도된 이후 기재부는 연구위원에게 전화를 해 칼럼에 표현된 내용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이후 기재부는 다음날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인사연)을 통해 보사연의 ‘출연금 예산 및 과제 내역’과 A 연구위원이 속한 연구실의 ‘연구별 상세 예산자료’를 함께 요구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한규 의원실 제공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보낸 공문 중 경인사연에 보낸 공문에는 보사연의 예산과 과제집행 내역 일체를 요구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기재부의 자료요청 건 제출절차를 확인해보면 지난 5일 보사연은 경인사연으로부터 기재부 자료제출 요청을 전달받았다. 보사연은 당일 업무용 이메일을 통해 해당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 운영 및 육성 법률에 따라 연구회는 연구기관을 지원 육성하고 관리하며, 소관 연구기관들은 연구회의 지도 관리를 받고 있다. 이에 연구회가 연구기관의 관리와 평가 등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정당한 이유 없이는 자료 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

특히 기재부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예산 편성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재부가 자료 요청을 할 경우 연구기관들이 거부할 수 없는 입장이다.

경제 인문사회계 정부출연연구기관 예산편성 및 심의절차를 보면 법적으로 5월 31일까지 기재부 장관에게 예산요구안을 제출하고 이후 6월부터 8월까지 기재부가 심의, 조정을 한다. 이때부터 기재부가 정부출연연구기관들에게 언제든지 기록이 남지 않는 유선, 메일 등을 통해 자료요구 등을 할 수 있다. 

경제인문사회계 정부출연연구기관 예산편성 및 심의절차

 

이에 보사연은 기재부로부터 자료요청을 받은 경인사연의 제출 요구를 거부할 수 없으며, '예산 및 과제 내역'과 '연구별 상세 예산자료' 등을  경인사연의 업무용 이메일로 제출했다.  

기재부는 해당 내용을 언급하면서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예산정책과 관계자는 “예산 편성을 위해 필요한 자료들이 수차례 오고가는 데 모두 공문으로 하기 어렵고 통상적으로 이메일을 통해 업무를 진행한다”며 “정해지지 않은 사항을 공문으로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어 “심의가 한창 돌아갈 때는 수시로 요청을 드리고 있다”며 “보사연이 경인사연 관리 하에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연락보다는 경인사연을 통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기재부는 공문 절차가 없이 전화와 업무용 이메일을 이용할 경우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자료를 언제든지 요구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무의 편의성을 고려한 절차라는 입장이지만 공식적인 기록을 남기지 않을 경우 비판적인 결과를 발표한 연구원에게 근거가 남지 않는 압력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업무 절차상 편의가 필요하더라도 공식적인 기록은 남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29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현재 시스템으로는 누가 무엇을 왜 요구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며 “국회는 부처에 자료요구를 할 때 <의정자료전자유통시스템>을 이용하는데, 기재부도 <예산자료전자유통시스템>과 같은 공식 채널을 만들어 활용하는 것이 불필요한 오해도 줄이고 업무 효율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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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e231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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