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비되는 MZ

과소비되는 MZ

기사승인 2022-08-31 07:42:06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친 ‘MZ’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마케팅 용어로 자주 등장한다. ‘MZ가 선호하는 굿즈’와 같은 식이다. ‘MZ 정치인 OOO’처럼 수식어로 붙기도 한다. 정의는 비슷하다. 보통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를 쫓으며,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세대’라고 부른다.

키워드별 노출 빈도를 알아봤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디어통계포털에 따르면 ‘MZ’는 지난 8개월(1~8월)간 네이버(뉴스·카페·블로그)와 트위터에서 1623건 쓰였다. 같은 기간 ‘MZ세대’는 845건 언급됐다. 개별 언론사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제외한 집계인 만큼 실제로는 더 많을 전망이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열린 지난 3월과 6월엔 뉴스타이틀이 ‘MZ’로 도배됐다. 유권자들 중 청년이 어느 쪽에 더 쏠렸는가가 집중 조명됐다. MZ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뉴스 기사제목에 등장하는 MZ


“불쾌하다”

MZ가 각종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고, 모두가 MZ를 주목하고 있지만 그 연령대 사람들은 시큰둥하다. ‘디지털 환경에 특출한 트렌드세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 ‘내가?’라며 의문을 던진다. 이들은 심지어 거부한다. 인천에 사는 김모(34)씨는 “말이 좋아 ‘MZ’지 이기적이고 개념 없는 주장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로밖에 보이질 않는다”고 비꼬았다.

‘M’과 ‘Z’를 묶는 게 애당초 잘못됐다는 의견도 있다. 스펙트럼이 너무 넓기 때문이다. 출생연도만으로도 20년에서 많게는 30년까지 차이가 난다. 기준도 모호하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자를 밀레니얼세대, 2000년대 초중반 이후 출생자를 Z세대라고 하지만 정확하진 않다. 중간이 없는 두 세대가 공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 씨는 “20대 또래만 봐도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많은데 80년대 생과 2000년대 생을 같이 묶는 다는 것 자체가 오류”라고 비판했다. 

세대 구분이 낳은 부작용도 있다. 30대 직장인 조모(32)씨는 “나이 어린 동료가 지각을 했는데 다들 ‘MZ라서 그렇다’라고 생각 하더라”며 “아무리 대세라 해도 이런 행태를 무작정 이해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기성세대가 만든 MZ


전문가는 이른바 ‘끼리끼리 문화’가 세대 구분을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단법인 경제사회연구원 관계자는 “과거부터 계급화하고 구분 짓는 경로의존적인 게 있어서 기성세대들이 586세대니, 오렌지족이니 이런 걸 만들어왔을 것”이라며 “청년들이 MZ를 거부하는 이유도 본인 정체성을 담기엔 ‘MZ’라는 그릇이 작다고 여기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저성장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을 MZ로 그룹화해서 정책 대상으로 삼는 건 긍정적이지만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단점은 있다”라며 “MZ세대를 단순히 일반화할 게 아니라 앞으로 더 나은 대안을 만들기 위해 청년세대에 대한 다양한 정책 수요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세밀한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공익광고 갈무리 


‘우리는 같은 세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는 ‘같은 세대는 모두 같은 성향일까요?’라는 주제로 공익광고를 송출하고 있다. 아이와 청년, 노인이 A부터 Z까지 알파벳을 따라 부르며 ‘자기 세대’를 소개한다. 광고는 “알파벳에 편견을 갖지 말아 달라”며 “우리는 같은 시대를 사는 세대”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김태현 코바코 공익사업국장은 “세대 구분은 미디어나 마케팅, 언론에서 너무 많이 인용하고 활용하니까 당연히 존재하는 것처럼 인식됐는데 이런 용어들이 한 세대를 정의할 수 없다”며 “특성은 인정할 순 있어도 세대를 하나로 묶어서 규정, 일반화하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세대를 묶으면 편하게 접근할 수 있고 마케팅이건 세밀하게 타깃팅하려는 게 강하니까 자꾸 구분하고 규정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 같다”라며 “너무 일반화하고 한 세대를 흔한 말로 ‘갈라치기’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 한다”고 덧붙였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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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금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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